SK케미칼 사옥 에코랩 (사진=SK케미칼)

■ 20여년 만의 성과…‘선택과 집중’ 전략 주효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이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전반적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SK케미칼이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 중심의 포트폴리오로 차별화된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2000년대 초부터 코폴리에스터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지속해온 SK케미칼은 2024년 별도 기준 매출 1조3405억원, 영업이익 111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471억원, 영업이익 369억원을 달성하며 외형과 수익성 모두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코폴리에스터는 기존 폴리에스터 소재보다 내열성, 내화학성 등에서 성능이 개선된 고기능성 소재다. SK케미칼은 이 소재를 앞세워 전체 매출의 약 67%, 그린케미칼 부문 매출의 91%를 창출하고 있다.

■ 기술 장벽이 만든 경쟁력…“석유화학 불황? 남의 얘기”

현재 글로벌 코폴리에스터 시장은 SK케미칼과 미국 이스트만이 주도하고 있으며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아직까지 중국을 포함한 다수 경쟁사들은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에코젠’으로 대표되는 SK케미칼의 제품군은 비스페놀A(BPA) 미검출 특성을 앞세워 EU 등 규제 강화 국면에서 수요가 늘고 있다.

SK케미칼은 한발 더 나아가 폐플라스틱을 분자 단위까지 분해해 원료로 되돌리는 ‘해중합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기업 중 하나다. 최근 울산공장에 연 50t 규모의 해중합 파일럿 설비 착공을 발표했고 이를바탕으로 ‘리사이클 이노베이션 센터(RIC)’를 구축 중이다. 이 설비는 순환 재활용 원료(r-BHET)부터 재활용 코폴리에스터까지 논스톱으로 생산하는 국내 최초의 순환경제 복합 체계다.

SK케미칼 코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들어진 화장품 용기 (사진=SK케미칼)

■ 투자 뒷받침한 리더십…그룹 전략 변화도 견인

SK케미칼의 전략 변화에는 최창원 부회장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20년 넘게 기술과 설비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온 그는 2024년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선임된 이후 SK그룹 전반에 걸쳐 비핵심 자산 정리와 핵심사업 중심의 구조 개편을 이끌고 있다. 내부 반대가 많았던 비주류 소재에 20년 넘게 베팅한 ‘오너 리스크 테이킹’은 결국 성과로 돌아왔다. 업계에선 “코폴리에스터 성공이 SK 전반의 투자 철학 변화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향후 정책 환경 변화는 SK케미칼의 순환경제 전략에 불확실성을 더할 수 있다. 4일 공식 임기를 시작한 이재명 21대 대통령은 후보 시절 플라스틱 제로 사회를 위한 ‘탈플라스틱 로드맵 고도화’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전주기적 사용 감축이 본격화될 경우, 재활용 원료 확보와 투자 회수 속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공약의 실행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순환경제 확대와 사용 자체에 대한 감축 정책이 충돌할 경우, 민간 기업의 기술 투자 동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 기술로 규제 넘을 수 있을까…SK케미칼의 2막

SK케미칼은 기술력과 장기 전략으로 업황 하강 국면에서도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제시된 화학적 재활용 사업은 규제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술 기반의 순환경제가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과의 방향성 조율이 향후 핵심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SK케미칼 역시 이 같은 정책 리스크를 감안한 중장기 전략 보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