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울산고무공장 (사진=금호석화)
탄소 다배출 업종인 석유화학·정밀화학 산업은 가장 먼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압박을 받은 산업 중 하나다. 하지만 화학 반응 기반의 공정과 에너지 집약적 생산구조 탓에 ‘지속가능성’ 전환은 더디기만 하다. 특히 탄소중립 기술 확보와 설비 투자, 해외사업장 환경 리스크 관리 등 구조적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9일 기초화학 중심 5개사(LG화학,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효성화학, 애경케미칼)의 지속가능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은 최근 ESG 전략을 강화하고 있지만 선언에 비해 실행력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5개사는 모두 2050년 ‘넷제로(Net Zero)’ 목표를 내세웠지만 온실가스 배출 감축 실적과 에너지 전환 이행 속도,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은 뚜렷한 편차를 보였다.
■ RE100 가입 롯데 뿐…에너지 전환은 선언 불과
5개사 가운데 글로벌 탈탄소 캠페인인 RE100(재생에너지 100%)에 가입한 기업은 롯데케미칼이 유일하다. 이 회사는 2030년 60%,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PPA(전력구매계약)와 REC(재생에너지 인증서)를 병행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롯데케미칼은 Scope 1·2 배출량을 3년 연속 줄여나가고, 질소산화물·황산화물·폐기물 배출량 모두 3년 연속 감소하는 등 상대적으로 안정된 관리 체계를 보여줬다.
LG화학은 2023년 일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줄었지만, 2024년 다시 증가해 Scope 1·2배출량이 약 935만tCO2e에 달했다. Scope3 배출량은 2022년 122만tCO2e에서 2024년 1926만tCO2e으로 15배 급증해 배출 관리 체계 부재가 드러났다.
LG화학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 전(사진=LG석화)
■ 온실가스 배출 감소 ‘속도 차’···‘유해물질·해외공장’ 뇌관
해외 사업장과 유해화학물질 사용 등 직·간접 환경 리스크도 여전히 상존한다. 애경케미칼 울산공장은 2024년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을 1311kg 배출해 2022년(87kg)에 비해 15배 급증한 수치를 나타냈다. 효성화학은 20224년 유해대기오염물 44.1t을 배출해 2년간 2.6배 늘어났다. 금호석유화학은 유해화학물질 사용량 3년 연속 증가하고 환경법규 위반이 연속으로 발생해 지속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었다.
각 사의 장애인 고용률은 법정 의무고용률(3.1%) 한참 미달했다. 장애인 고용률이 가장 높은 효성화학이 2.05% 수준이었고 애경케미칼 1.99%, 금호석유화학 1.46%, LG화학 1.26%, 수준이었다. 롯데케미칼은 0.23%로 최저 수준이었다.
■ 내부통제·윤리경영 ‘걸음마 단계’
ESG 경영의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윤리경영 구조는 갖췄으나 실질 이행력은 미약했다. LG화학은 부패조사건수가 2022년 14건에서 2024년 5건으로 줄어 내부통제 강화 일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효성화학은 윤리·준법 관련 위반 건수 2024년 8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국제 환경규제와 기후 무역 장벽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내 화학기업들이 ‘에너지·탄소 집약 산업’이라는 굴레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기초소재 산업은 공정 자체가 탄소·화학물질 기반이기에 ESG 전환이 구조적으로 어렵다”며 “Scope3배출 산정, 에너지 믹스 다변화, 원료 전환 기술, 제품 탄소발자국 산정체계 등 산업 차원의 공동 R&D와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