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벤티지랩이 미세유체공학 기반 ‘IVL-DrugFluidic’ 플랫폼으로 장기지속형(LAI) 제형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 균일한 구형 미립구를 대량 생산해 초기과다방출을 억제하고 약효 지속을 정밀 제어하겠다는 전략이다. 베링거 인겔하임, 유한양행과의 협업이 본궤도에 오를지가 향후 기업가치의 열쇠다.
인벤티지랩은 2015년 설립, 2022년 코스닥에 상장했다. 회사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개발을 주력으로 하며, 기술이전과 용역 비중이 매출을 이끈다. 핵심 플랫폼은 미세 관의 크기와 유체 속도를 정밀 제어해 입자 크기를 일정하게 만든 미립구 제조 기술이다. 회사는 이 균일성을 무기로 한번 투여로 1~3개월 지속 제형을 겨냥한다.
플랫폼 경쟁력의 핵심은 입자 균일도다. 회사는 채널 병렬화로 생산 재현성과 규모화를 확보했고, 미립구 크기 변동계수(CV)를 10% 미만으로 낮췄다고 설명한다. CV가 높으면 작은 입자는 초기 방출이 커지고 큰 입자는 녹는 속도가 늦어 목표 지속기간을 맞추기 어렵다. 회사는 낮은 CV를 바탕으로 초기과다방출 없이 일정한 PK 패턴을 확보했다고 강조한다.
파이프라인은 다변화됐다. 마약중독 치료제 IVL3004는 호주 1상에서 초기과다방출 없이 안정적 방출을 확인했고, 치매치료제 IVL3003(종근당 파트너)은 1상 톱라인 공개를 앞둔다. 탈모치료제 IVL3001(대웅제약)과 전립선비대증 IVL3013(위드어스제약)도 임상 단계 진입을 예고했다. 비만치료 영역에서는 유한양행과 세마글루타이드·터제파타이드 제형 파이프라인을, 베링거와는 2024년 9월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는 2025년 7월 베링거에 후보 제제를 송부해 긍정적 피드백을 받았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생산 인프라도 병행 강화 중이다. 3,000채널 설비는 생산 검증을 마쳤고, 위더스제약 KGMP 공장에 기술이전했다. GLP-1 분말 기준으로는 큐라티스 공장 라인과 일부 증축으로 대응 가능하며 필요 시 추가 증설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신규 공장 건설의 시간·비용 부담을 감안해 cGMP·EU-GMP 대응 수준으로 지어진 큐라티스 공장을 확보했고, 유럽 CMO와의 MOU를 통해 현지 생산 이전도 준비 중이라고 설명한다.
시장성과 명암은 교차한다. 장기지속형 제형은 부작용 완화와 투여 간격 확대, 펩타이드 사용량 절감이라는 장점을 지닌다. 주 1회 제형의 순응도가 떨어지면 치료 효과가 후퇴할 수 있어 월 1회 이상 간격 확대가 개발의 핵심이다. 펩타이드 수급난 속에서 낭비 구간을 줄여 원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도 빅파마의 관심을 끈다.
다만 과제가 남는다. 첫째, 규제·품질 리스크다. FDA 승인 자체는 ‘일정 수준’의 균일성으로도 가능하지만, 상업화 단계에선 고가 원료 사용량과 방출 기간의 오차를 최소화해야 한다. 균일성은 결국 원가와 일관된 약효를 좌우한다. 둘째, 비용·단가 검증이다. 동종 기술 3사(펩트론·지투지바이오·인벤티지랩) 간 생산단가 비교는 아직 불가능하다는 답변처럼, 진정한 원가 경쟁력은 대량생산 이후에야 드러난다. 셋째, 임상 불확실성이다. 플랫폼의 사람 적합성은 초기 데이터로 신호를 보여줬지만, 적응증 확대와 대규모 시험에서 일관 재현이 필요하다.
대안은 분명하다. 우선, 베링거·유한 프로젝트의 단계별 성과 공개와 기술이전(L/O) 가시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생산 측면에선 큐라티스 공장 기반의 cGMP·EU-GMP 인증 로드맵과 위더스·유럽 CMO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채널 병렬화에 따른 수율·불량률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임상에선 초기과다방출 억제와 일정 PK 패턴을 핵심 지표로 삼아 대규모 인체 데이터로 신뢰도를 쌓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GLP-1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치매·중독·비뇨기과 영역의 성과를 조기에 입증해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다.
장기지속형은 ‘기술’과 ‘공장’이 만나는 산업이다. 인벤티지랩은 균일 미립구와 병렬화 생산으로 기술의 문턱을 낮추려 한다. 이제 남은 것은 파트너의 상업화 의지, 임상 데이터의 일관성, 그리고 숫자로 증명되는 원가다. 세 갈래의 성과가 동시에 모여야 플랫폼의 약속이 시장의 실적으로 바뀐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방송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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