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컬처의 전 세계적 확산과 함께 성장한 한국 화장품 산업이 이제 기초 화장품을 넘어 색조 시장 진입에 본격 나서고 있다. 그러나 ‘성분과 효능’에 강점을 둔 기초 화장품과 달리, 색조 화장품은 소비자의 감성, 피부톤, 문화적 취향을 정조준해야 하는 까다로운 시장이다.

한국 화장품의 수출액은 2012년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4년 102억 달러에 이르렀다. 수출 시장도 중국 중심에서 미국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했다. 하지만 기초 화장품이 전체 시장을 이끄는 반면, 색조 화장품은 일부 브랜드에 의존한 국지적 성과에 그치고 있다. 예컨대, 아마존 스킨케어 부문 베스트셀러 100위 안에는 19개 한국 제품이 이름을 올렸지만 메이크업 부문에선 7개에 불과하다.

색조 화장품의 해외 진출이 더딘 이유는 뚜렷하다. 기초 화장품이 한 제품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온라인 채널에서 다지역 확산이 가능한 구조라면, 색조는 문화권·인종·피부톤에 따라 제품을 세분화해야 한다. 이는 오프라인 테스트와 맞춤 전략 없이는 어렵다.

이런 특성을 극복한 사례로 일본에서 롬앤이, 미국에서 티르티르가 주목받고 있다. 롬앤은 100여 종의 다양한 색상의 틴트를 일본 소비자 취향에 맞춰 출시하며 현지 편집숍과 편의점 채널에 안착했고, 티르티르는 다양한 피부톤을 커버할 수 있는 쿠션 제품을 통해 흑인 인플루언서의 지지를 얻으며 북미 시장에 진입했다.

색조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현지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 △시각 중심 디지털 마케팅 △다양한 색상과 제형의 라인업 구축이 필수다. 특히 오프라인 채널 확보는 단순한 판매를 넘어 브랜드 신뢰의 지표로 작용한다. 미국 뷰티 전문 유통사 울타뷰티(Ulta Beauty)에 입점한 롬앤의 사례는 대표적이다. 약 400개 점포에 51종의 제품을 입점시키며 브랜드의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ODM 기업도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립 제품을 중심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하며, 중국과 북미향 수주 확대를 통해 실적 회복세에 들어섰다. 청주에 신규 공장을 건립해 연간 생산능력을 14.5억 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기초 중심에서 색조로의 산업 중심 이동은 단순한 제품 확장이 아니다. 이는 K-뷰티가 세계 각지의 문화와 미적 언어로 소통하고자 하는 도전이며, 그 성공 여부는 맞춤 전략과 현지화 실행력에 달려 있다. 색조 시장은 K-뷰티의 다음 성공 신화를 시험할 무대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방송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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