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 키노트 세션에서 'AI Now & Next'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서효림 기자)

지난해 “AI 확산의 걸림돌은 수요·공급의 미스매치”라며 경고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올해는 효율(efficiency)’이라는 새 키워드를 꺼냈다. 3일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최 회장은 “이제는 스킬(skill)의 경쟁이 아니라 효율의 경쟁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AI시대를 진단하고 SK가 풀어야 할 과제의 해법을 제시했다.

■ 안정적 수요 예측 어려운 AI…삶이 송두리째 바뀌는 중

최태원 회장은 이날 오전 특강에서 “AI가 산업과 경제,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며 “AI의 다음(Next)을 위해 지금(Now) 준비해야 한다”는 서밋의 주제를 설명했다. 그는 최근 AI 산업의 가장 큰 변화를 ‘폭발적인 수요’로 꼽았다.

그는 AI 수요 급증의 배경으로 ▲추론(inference)의 본격화 ▲기업 간 거래(B2B) AI 도입 확대 ▲에이전트(Agent) 확산 ▲국가 단위의 ‘소버린 AI’ 경쟁을 꼽았다. AI가 스스로 생각하고 검증하는 추론 단계에 접어들면서 연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은 생존을 위해 AI를 도입하고, 국가도 주권형 AI 경쟁에 뛰어들었다. 기업 간 거래 영역의 AI 시장은 70빌리언달러에서 200빌리언달러로 3배 가량 성장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수요 예측 모델이 정립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최 회장은 “AI는 과거 석유처럼 안정된 수요 예측 모델이 없다”며 “더블카운팅, 지정학적 변수 등으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최 회장은 “AI는 더 이상 스케일 경쟁이 아니라 효율경쟁의 시대”라며 ‘효율’을 내세웠다. 그는 “SK는 가장 효율적인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히며 ▲메모리반도체 공급 안정화 ▲AI 인프라 구축 ▲AI 기반 공정 혁신을 3대 과제로 제시했다.

■ 공급 따라가지 못해 생기는 병목···3대 해법 제시

최태원 회장은 “GPU를 비롯한 AI 칩의 성능은 매년 향상되지만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반도체 공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공급이 병목이 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오픈AI는 SK하이닉스에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용 고대역폭메모리(HBM) 월 90만장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내년 가동을 앞둔 청주 M15X 팹과 2027년 완공 예정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를 통해 HBM 생산능력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최 회장은 “용인클러스터의 한 팹은 M15X 여섯 개 규모”라며 “총 4개 팹이 완성되면 청주 24개 팹을 짓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논의한 ‘AI 팩토리’ 협력 구상을 언급하며 AI가 공정 설계와 수율 개선에 직접 개입하는 디지털 트윈 기반 가상공장을 소개했다. AI의 문제를 풀 수 있는 AI의 새로운 활용법을 제시한 것이다.

정재헌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AI 인프라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효림 기자)

■ 정재헌 SK텔레콤 대표, 공식행사 첫 데뷔···AI 인프라 삼각벨트 구상

정재헌 SK텔레콤 CEO는 이번 서밋에서 취임 후 첫 공식 데뷔 무대에 올랐다. 2020년 3월 SK텔레콤에 합류한 정 사장은 지난달 30일 새 사장으로 선임됐다.

정 CEO는 “울산 AI DC 공개 이후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SKT의 역량에 주목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아시아 AI 허브로 도약할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SKT는 AWS와 협력해 ‘에지 AI’ 상용화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엔비디아와는 지능형 네트워크 ‘AI-RAN’ 기술 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울산 AI 데이터센터를 총 1GW 이상으로 확장하고 수도권–경남–서남권으로 이어지는 AI 인프라 삼각벨트를 구축한다는 전략을 발표하고 “글로벌 자본과 기술을 유치해 대한민국이 AI 인프라 허브로 도약하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메모리 1위·일하고 싶은 기업 1위” 자신감

곽노정 SK하이닉스 CEO는 ‘1’ 철학을 밝히며 강연을 시작했다. 곽 CEO는 “우리는 단지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AI 시대의 ‘메모리 솔루션 컴퍼니’로 진화하고 있다”며 “메모리 1위,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라는 ‘1’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곽노정 CEO는 ‘AI 컴퓨팅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주제로 AI 메모리 강화 전략을 공개했다. 그는 “고객이 원하는 좋은 제품을 최적의 시점에 공급해온 결과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자리매김했다”며 “이제는 고객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 진화하겠다”고 말했다. 풀 스택 AI 크리에이터란 단순한 기술 제조업체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로서 고객이 가진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미래를 설계해 고객이 원하는 것 이상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곽 사장은 HBM5·HBM5E 등 차세대 로드맵을 처음 공개했다. 2026년부터 HBM4 16단, HBM4E 8~16단, 커스텀 HBM4E를 순차 출시하고, HBM5·HBM5E는 2029~2031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AI 메모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서효림 기자)

“AI는 혼자 할 수 없다”…글로벌 파트너십 강화

최 회장은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며 “AI는 혼자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SK의 AI 전략은 파트너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에서는 아마존 앤디 제시 CEO와 오픈AI 샘 올트먼 CEO의 영상 메시지도 공개됐다.

제시 CEO는 “SK는 AWS의 핵심 AI 솔루션 확장 파트너”라고 평가했고, 올트먼 CEO는 “지능형 AI 비서의 확산에는 SK 같은 파트너십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SK그룹 관계자는 “AI 서밋은 이제 글로벌 AI 생태계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반도체·인프라·모델을 아우르는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을 주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