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2025.12.19(사진=연합뉴스)
“요새 저한테 투서가 엄청 들어온다. 그런데 그 주장이 단순히 경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음해가 아니라, 상당히 타당성이 있는 측면이 있다. 똑같은 집단이 ‘이너 서클(inner circle)’을 만들어서 돌아가며 계속 해 먹더라. 돌아가면서 계속 회장 했다가, 은행장 했다가, 왔다 갔다 하며 10년, 20년씩 해 먹는 모양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너 서클’ 발언이 금융계에 미칠 파장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금융위원회 등의 업무보고 자리에서 “소위 관치금융의 문제로 정부에서 직접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는데,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 서클이 생겨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며 계속 지배권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저도 ‘참호’라고 표현했는데, 특히 금융지주 같은 경우가 문제”라며 “회장과 관계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이사회가 구성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는 과제가 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법률과 제도를 고치는 것도 중요한데, 가진 권한을 최소한으로 행사해 아주 비정상적인 경우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며 제도 개선에 앞서 이미 가진 권한의 행사를 통해 당면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문했다.
불똥은 곧바로 BNK금융지주로 튀었다. 금감원은 최근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마무리한 BNK금융에 대해 다음 달 현장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BNK금융 외에 회장 또는 행장 선임을 둘러싸고 잡음이 발생한 복수의 금융회사에 대해 잇따라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해 최고경영자 승계 절차를 진행 중인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또한 금감원 검사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진옥동 신한지주 회장은 지난 3일 연임이 결정돼 내년 주주총회에서 승인이 되면 은행장(2019~2022년) 포함 총 10년의 CEO 이력을 갖게 된다.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경우 관료 출신 외부 인사여서 올해 연임에 성공해도 회장 경력이 6년에 불과해 ‘10년, 20년씩 해 먹는 이너 서클’과는 거리가 있다.
금감원의 첫 번째 타깃이 된 빈대인 BNK금융 회장의 경우 2017년부터 은행장을 역임했으므로 내년 주총에서 연임이 승인될 경우 은행장·회장 경력만 10년을 넘겨 현역 금융지주 CEO 중 가장 긴 재임 기간을 갖게 된다. 은행장을 뺀 회장 경력만 놓고 보면 2019년부터 경영권을 행사해 온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의 재임 기간이 가장 길다.
내년 하반기 경영승계 절차를 앞두고 있는 KB금융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내년까지 회장 재임 기간은 3년에 불과하지만 자회사 CEO 경력까지 포함하면 진옥동 회장처럼 10년을 넘기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투서를 넣은 금융지주가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왜곡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은행지주의 CEO 후보에는 자회사 CEO들이 우선 순위에 들 수밖에 없는데 이를 왔다 갔다 하며 10년씩 해 먹는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한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달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TF'를 출범시킨 금감원은 다음달 현장 검사를 거쳐 입법 개선 과제를 도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