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도 증시에선 역대급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내에 상장된 인도NIFTY50 지수는 견조한 상승흐름을 보인다. 이는 인도 로컬 기관들과 개인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며 하방을 받치고 있기 때문인데, 향후 인도증시는 어떤 흐름으로 전개될까.
인도증시의 12월 중순 현재 누적 순매도 규모는 약 184억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는 팬데믹 당시(-165억달러)를 포함한 과거 어느 해보다도 큰 폭의 자금 유출 규모다. 연간 기준 사상 최대 순매도 기록을 경신했다.
하나증권은 18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인도의 기록적인 외국인 순매도는 미국과의 관세협상 지연, 루피화 약세, AI 랠리 소외라는 삼중고에 빠진 영향"이라며 "이 같은 상황이 개선돼야만 증시도 반등을 모색할 수 있다"고 정리했다.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우선 미·인 관세 협상 지연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의 장기화가 자리한다. 통상 이슈를 둘러싼 정치·외교적 변수들이 반복적으로 부각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그 결과 외국인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는 것.
여기에 환율 악재도 부각됐다. 대규모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인해 인도 루피화는 달러당 90루피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약세가 심화됐다. 그 결과 루피화는 주요 신흥국 통화 가운데서도 가장 큰 절하 폭을 기록했고,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환손실 우려가 부각되며 외국인 역시 인도 증시에 대한 진입 장벽이 한층 높아지는 악순환이 생겼다.
AI 랠리 역시 인도증시에 불리했다. 올해 글로벌 증시는 AI 관련주를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갔고, 신흥국 자금 유입이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 글로벌 자금은 한국·중국 등 AI 비중이 높은 시장에 집중됐다.
이에 반해 인도는 AI 산업이 아직 성장 단계에 머물러 있다. 중장기 성장 스토리는 여전히 견조하나, 단기적으로는 글로벌 테마 편중과 대외 불확실성이 겹치며 주가 반등이 제한되는 구도가 이어졌다.
다만, 이러한 대규모 외국인 자금 유출에도 불구하고 증시는 비교적 제한적인 조정에 그치
며 견조한 흐름을 보이며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김근아 애널리스트는 "로컬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유입이 수급 측면에서 완충장치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로컬 자금이 외국인 매도 물량을 상당 부분 흡수하며 지수 하단을 지지했고, 그 결과 인도 증시는 외국인 비중은 크게 낮아졌음에도 내수 자금이 시장 기반을 유지하는 구조가 한층 뚜렷해졌다고 봤다.
이 같은 인도증시 상황은 향후 어떤 전개를 보일까.
김근아 애널리스트는 "최근 글로벌 증시는 AI 관련 종목들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면서 단기 조정 국면에 진입 중"이라며 "당분간 AI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경우, 테마 중심의 쏠림보다는 자금 재배치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이미 인도는 높은 성장률과 견조한 내수, 비(非)AI 중심의 구조적 성장 스토리를 보유하고 있다"며 "AI 편중이 완화되는 국면에선 신흥국 중 상대적으로 재평가될 여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인 만큼 대외 불확실성 완화와 함께 루피화 변동성도 점진적으로 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는 "관세협상이 마무리되면 환율 변동성이 완화될 것이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환율 부담도 낮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