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부동산 시장은 본격적인 금리 인하와 역대급 공급 부족이 맞물리며 거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습니다. 강력한 규제에도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고 전세난이 예고된 가운데, 연 70만이 넘는 ‘에코세대(베이비부머의 자녀)’의 시장 진입은 주택난의 공포를 키우고 있습니다. 내년도 부동산 시장 가격 전망과 해법을 전문 연구보고서를 통해 들여다봅니다. - 편집자주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사진=손기호 기자)

정부가 대출 한도를 조이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지만 2026년 부동산 시장의 상승 압력을 막기엔 역부족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4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6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4400조원이 넘는 역대급 유동성과 3%대로 진입할 주담대 금리, 상승 국면에 진입한 순환변동 사이클 등 객관적 지표들이 일제히 상승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 "내년 아파트값 하락 사이클 끝나, 상승기 진입"

주산연은 내년 서울 아파트값이 4.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은 2.5%, 전국은 1.3% 상승이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지방이다. 지난 2022년 이후 4년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했던 지방 주택가격이 내년에는 0.3% 오르며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만 오르는 디커플링(탈동조화)이 끝나고 전국이 함께 움직이는 동조화 장세가 펼쳐진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근거로 주산연은 '순환변동 모형(HP필터) 분석'을 제시했다. HP필터는 주택가격의 장기 추세와 단기 변동 요인을 분리해 현재 시장이 어느 국면(침체기, 회복기, 확장기)에 있는지 진단하는 분석 도구다.

HP필터로 본 주택가격의 순환주기(전체 주택). (자료=주택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전국의 집값 순환변동치는 이미 지난 2023년 10월 저점을 찍고 회복기에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의 상승세는 폭발적이다. 서울의 순환변동값은 2024년 이후 가파르게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 11월 기준 3.8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는 직전 상승장의 고점이었던 2022년 6월(3.7포인트)을 이미 넘어선 수치다. 서울 시장이 단순 회복을 넘어 대세 상승장인 확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상승의 동력은 이미 지방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통상 매매가격의 선행지표로 불리는 '전세가격'이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 실제로 울산, 부산 등 주요 광역시의 전세가격은 지난 8월부터 상승 전환했다.

김덕례 주산연 선임연구위원은 "지방 광역시 전셋값이 올해 8월부터 상승 전환한 것은 시장 회복의 선행 지표"라며 "내년에는 회복세가 매매 시장으로 전이되며 전국적인 상승 흐름을 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 시장 유동성이 규제 뚫을 전망…유동성 상관계수 0.50 가장 높아

정부가 대출 한도를 조이고 갭투자를 막아도 집값이 잡히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시장에 이미 풀려버린 막대한 돈(유동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유동성은 4466조원에 달한다. 2018년(2626조원)과 비교하면 불과 7년 사이 1.7배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은 현금과 수시입출금식 예금 등 곧바로 쓸 수 있는 돈을 말한다.

2005~2024년 기간별 주택매매가격 변동률 상관계수 비교표. (자료=주택산업연구원)

지난 20년(2005~2024년)간 주택가격을 움직인 핵심 요인으로는 유동성이었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 유동성의 상관계수는 0.50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상관계수가 1에 가까울수록 두 변수가 똑같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반면 통상 집값의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주택 수급(공급부족량)은 0.38, 금리는 -0.35, 경제성장률은 0.15에 그쳤다.

쉽게 말해 지난 20년간 우리 집값을 결정지은 것은 '수급(집이 얼마나 부족하냐)'보다 '유동성(시장에 돈이 얼마나 많이 풀렸냐)'였다는 것이 통계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이 유동성이 더 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10년(2005~2014년)간 0.39에 불과했던 유동성 상관계수는 최근 10년(2015~2024년) 들어 0.62로 급등했다. 집값이 유동성에 따라 출렁이는 정도가 과거보다 1.5배 이상 강력해진 것. 내 집 마련 방식이 대출 의존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도권 주택 구입 시 대출 의존도는 2012년 44.2%에서 2022년 62.5%까지 치솟았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이 일반화되면서 시중 유동성과 금리가 집값을 좌지우지하는 절대 변수가 된 셈이다.

특히 집값이 비싼 수도권만 떼어놓고 보면 유동성의 영향력인 상관계수는 0.54였다. 지방보다 대출 의존도가 높다 보니 돈이 풀리면 집값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가 뒤늦게 대출 규제로 돈줄을 죄고 있지만 이미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4500조원에 육박해 그 압력을 인위적으로 누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내년 금리 인하로 돈의 흐름이 더 빨라지면 유동성이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는 현상은 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 금리 3%대 진입, 4.7% 폭등할 전셋값 우려

이에 내년 부동산 시장에 불을 붙일 마지막 뇌관은 '금리 인하'와 '전세난'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내년 거시경제 환경이 주택 매수를 부추기는 방향으로 흐를 것으로 보고서는 내다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내년 기준금리를 3.4% 수준까지 낮출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현재 4%대 초반에서 내년 평균 3.65% 내외까지 하락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금리 4% 벽이 깨지고 3% 중반대에 진입하면 이자 부담 때문에 관망하던 실수요자들이 '이제는 감당 가능하다'고 판단해 매수 대열에 합류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전세거래량 비중, 전세수급동향. (자료=주택산업연구원)

여기에 기름을 붓는 것은 폭등하는 전셋값이다. 주산연은 내년 서울 주택 전세가격이 4.7%나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내년 서울 매매가격 상승률 전망치인 4.2%를 웃도는 수치다. 전셋값이 매매값보다 더 가파르게 오르는 기현상이 예고된 것. 2026년 입주 물량 급감 등 공급 절벽으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셋값이 치솟아 매매가격과의 차이가 줄어들면, 세입자는 높아진 전세금을 내느니 차라리 빚을 내 집을 사려는 매수 전환에 나설 수 있다. 투자자는 적은 자본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갭투자 환경이 조성된다는 것.

결국 전세난이 실수요와 투자 수요를 동시에 자극해 매매가격을 밑에서부터 강하게 밀어 올리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상승 사이클 진입, 4400조원의 유동성, 본격적인 금리 인하, 공급 부족발 전세 폭등이라는 4중 요인이 맞물려 있다"며 "내년 집값은 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강한 상승 압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