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인기를 끌었던 ‘스테디셀러’ 카드도 없애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용카드는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필수가 된 만큼 잡음도 새어 나왔고 견제도 심해졌다. 3년마다 진행되는 수수료율 재산정은 사실상 인하다. 카드사들은 이미 충분히 낮은 수수료율이라며 생존을 위협하는 수순이라고 하소연한다. 반면 정치권은 영세자영업자의 부담을 내세워 압박을 계속한다. 뷰어스는 카드사의 위기를 들여다보고 해법을 찾는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카드 수수료율의 지속적인 인하는 카드사 수익 악화로 이어졌다. 카드사는 생존을 위해 소비자에게 제공하던 혜택을 줄였다. 이른바 '혜자 카드(혜택이 많은 좋은 카드)' ‘스테디셀러’ 카드가 사라졌다.
여기에 카드사의 출혈 경쟁을 막겠다는 당국의 규제까지 더해졌다. 카드사의 상품 줄이기 전략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게 치닫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누구를 위한 수수료율 인하인가"라는 원성이 나온다.
28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등 국내 7개 전업카드사가 발급을 중단한 카드 상품은 지난 9월까지 268종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신용카드 155종, 체크카드 113종이다. 이미 지난해 단종시킨 카드 202종을 훌쩍 넘었다.
롯데카드는 혜자카드로 사랑받아온 ‘벡스카드’, ‘라이킷펀 카드’ 등을 지난해부터 팔지 않는다. 같은 시점에 우리카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카드의정석 위비온플러스’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다른 카드사도 잇따라 상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7월 1999년 LG카드 시절 출시해 20년 동안 ‘혜자카드’로 인기를 끌었던 ‘레이디(Lady)카드’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국민카드도 ‘드림&피플21 스타(STAR) 체크카드’ 발급을 멈췄고 현대카드는 ‘T3 에디션(Edition)2’의 판매를 중단했다.
■ 수익 악화로 고민 깊어져…
카드사가 오랫동안 인기를 모았던 카드를 없애는 이유는 수익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로 예정된 카드 수수료율 재산정으로 인해 수수료 인하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카드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올 1분기 전업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1조8000억원이었다. 지난 2018년 1분기 2조9000억원 대비 1조원 이상 급감했다. 수수료율 인하가 카드사 수익성에 큰 타격을 안기고 있다는 증거다. 또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등 핀테크 기업이 출시한 간편결제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수익은 더욱 악화됐다.
더불어 금융당국의 규제도 더욱 심해졌다. 당국은 2018년에 카드사에 무이자 할부 행사 등 일회성 마케팅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지난해에는 아예 ‘수익성 분석체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규제 내용을 구체화했다.
■ 울며 겨자 먹기로 카드 단종
카드사도 인기를 누렸던 카드를 단종시키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토로한다. ‘혜자’ 카드를 카드를 단종해 고객의 원성을 살 뿐 아니라 선불충전금을 활용해 자체 결제수단을 만든 빅테크들의 마케팅 공세에 고객도 뺏기고 있어서다.
특히 중소카드사인 롯데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이들은 카드 업계 내 점유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규제 때문에 과감한 마케팅을 시도하거나 상품을 출시하지 못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소 카드사의 경우 마케팅이 필수적이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수수료를 낮추는 게 기정사실화된 입장에서 카드사에 대한 규제를 일정 수준 완화하거나 아니면 동일한 규제를 하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