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LG사이언스파크 전경.(사진=LG)


#1990년대까지 마곡은 서울이면서도 도심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서울에 남은 마지막 논으로 유명했던 이 지역은 비만 오면 진흙밭이 돼 걸어 다니기도 힘들었다. 1996년 3월 건설된 5호선 마곡 지하철역은 2008년 6월 개통까지 12년이 넘도록 지하철이 정차하지 않는 유령역으로도 유명했다. 주변에 농지와 농가 몇채뿐 허허벌판에 지하철역 출입구와 기둥만 서 있던 것이다.

#2025년 마곡에서는 과거의 황량함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대기업들이 줄을 이어 자리를 잡았고, 서울식물원은 서울의 명소가 됐다. 마곡은 첨단과 자연이 어우러진 미래형 생태도시로 탈바꿈했다. 그 시작에 LG가 있다.

LG그룹의 연구개발 인력 2만5000여명이 집결해 있는 LG사이언스파크. 마곡은 2014년 LG사이언스파크 착공 후 10년만에 첨단 연구단지로 탈바꿈했다. 업종이 다른 계열사들이 한 곳에 모여 대규모 융복합 연구단지를 조성한 것은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LG사이언스파크는 미래 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이 모여 산업간 경계를 허무는 혁신을 주도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미래를 위한 연구' '다양한 업종간의 협업을 통한 혁신' '인재 중심'을 기업 경영의 핵심으로 삼았던 고(故) 구본무 LG 회장의 위대한 유산이다. 구광모 ㈜LG 대표가 이끄는 현재의 LG에게는 '두뇌'가 되는 공간이다.

고 구 회장은 2014년 10월 기공식에서 "LG사이언스파크를 서로의 지식을 모으고 녹여 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뛰어난 인재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언제 어디서나 교류할 수 있는 열린 공간과 생각을 스스럼 없이 나누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뜻은 충실히 이어져 올해로 착공 10주년을 맞은 LG사이언스파크는 LG그룹의 R&D 허브로 평가받는다. LG 계열사 뿐만 아니라 벤처캐피털, 공공기관, 대학, 스타트업들이 한데 모여 마곡의 생태계를 밀도 높게 꾸려가고 있다.

LG사이언스파크는 축구장 24개 크기인 17만여㎡(약 5만4000평) 부지로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다. 연면적 111만여㎡(약 33만7000평) 규모로 여의도 총 면적의 3분의 1이 넘는다. 올해 2월 LG전자가 4개 연구동을 증설하며, 전체 연구동은 기존 22개에서 26개로 늘었다. 현재는 LG전자를 포함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계열사 R&D 조직과 협력사, 스타트업 등 인력까지 총 2만50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구 대표는 2018년 6월 취임 후 첫 현장 방문지로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았다. 구 대표는 이 자리에서 "사이언스파크는 LG의 미래를 책임질 R&D 메카로서 앞으로 그 중요성이 계속 더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전략적 오픈 이노베이션 추진과 국내는 물론 해외의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 발굴 강화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