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4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물류계열사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10%를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에 매각했다. 이로써 일감몰아주기 규제로부터 벗어나고, 오버행(출회될 수 있는 과잉물량) 이슈도 해소됐다. 여기에 안정적인 경영에 필요한 우호지분도 확보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은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을 통해 각각 251만7701주(6.71%), 123만2299주(3.29%)의 지분을 칼라일 특수목적법인(SPC)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에 매각했다. 주당 매각가는 16만3000원으로, 주식 매각대금은 정의선 회장이 약 2009억원, 정몽구 명예회장이 약 4104억원 등 총 6113억원이다.
주식매각으로 정의선 회장 지분율은 23.29%에서 19.99%로 낮아졌다. 이를 인수한 칼라일그룹은 10% 지분을 확보하며 정의선 회장과 덴 노르스케 아메리카린제 에이에스(11%)에 이어 현대글로비스의 3대주주가 됐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30% 이상 되는 상장사(비상장사 20%)에 내부거래 등으로 부당 이익을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법 개정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축소해 규제가 강화됐다.
재계는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른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투자는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대주주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 10% 매각으로 오버행(출회될 수 있는 과잉물량)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프로젝트 가디언 홀딩스는 사모펀드인 칼라일이 출자해 케이먼 군도에 설립된 SPC이다. 자본금이 24원, 자본총계는 4227억원이고, 하나은행으로부터 20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3년 계약)을 받는다. 자기자금 4138억원과 차입금 1974억원으로 총 6113억원의 인수자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지분 인수 후 정의선 회장과 공동보유 계약을 체결해 특별관계자로서 지분을 보유할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이 지분을 매각할 경우 동반매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Tag-along)도 확보해 대주주로서는 우호 지분율에 변동이 없어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송선재 연구원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된 잠재적 규제를 회피함과 동시에 소액주주들이 우려했던 대주주 지분매각 관련 오버행(Overhang) 이슈를 완전히 해소시켰다”며 “지분 인수자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장기 비전에 대해 긍정적 전망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