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내우외환 속에서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검찰이 자사주 공개매수와 유상증자 연계 의혹을 재수사하는 가운데서도 본업에서는 ‘103분기 연속 영업흑자’라는 대기록을 이어가며 기술력과 사업 포트폴리오의 저력을 입증했다.

■ 분기 매출 4조 돌파…전략광물·귀금속 ‘투트랙’ 호조

고려아연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 4조1598억원, 영업이익 2734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7%, 영업이익은 82.3% 급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다. 누계 매출은 11조8180억원으로 처음 11조원을 넘어섰고,영업이익도 8034억원에 달했다.

실적 호조의 배경에는 전략광물과 귀금속 양축의 동반 성장세가 있다.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통제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자, 국내 유일의 전략광물 생산업체인 고려아연이 수혜를 입었다. 방위산업 핵심소재인 안티모니의 3분기 누계 판매액은 2500억원을 기록했고, 인듐은 약 400억원으로 전년보다 40%가량 늘었다.

또한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되며 은(2조3000억원), 금(1조3000억원) 등 귀금속 판매가 호조를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기술개발과 생산 효율화로 회수율을 높였고, 안티모니의 첫 대미 수출도 성사되는 등 시장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해외 자회사·신사업 안정 궤도…배당 확대 ‘주주환원 강화’

호실적은 국내외 자회사들의 실적 개선에도 힘입었다. 특히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해외 법인의 안정화로 연결 영업이익이 크게 확대됐다. 자원순환 등 신사업 부문도 수익 구조를 갖추며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

이날 열린 정기이사회에서는 주당 배당금 2만원을 결의했다. 자사주 115만9747주를 제외한 1818만3516주를 대상으로 약 3637억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더불어 1조6689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총주주환원 규모는 2조326억원으로 회사 역사상 최대다.

■ 유상증자 의혹 재수사…‘실적은 견조, 신뢰 회복 과제’

반면 외부 리스크는 여전하다. 검찰은 지난해 자사주 공개매수 과정에서 이미 대규모 유상증자를 계획했음에도 이를 공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재수사 중이다.

검찰은 최윤범 회장 등이 공개매수 자금 차입 당시부터 유증을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지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개매수신고서에 유상증자 계획이 없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숨겼다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로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대외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고려아연은 사업 구조상 방위산업·첨단소재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단기 실적 영향은 제한적이다. 시장에서는 “지속적인 기술투자와 주주환원 정책은 긍정적이지만 경영 투명성 논란을 해소하지 못하면 기업가치 재평가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선제적인 투자와 포트폴리오 확대를 기반으로 전략광물과 귀금속 분야가 호조를 보였고, 자원순환 등 신사업 부문도 안정 궤도에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적대적M&A 위기를 이겨내고, 국내 유일 전략광물 생산 허브이자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한편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 신사업 분야에서도 내실을 다져 기업가치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