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서울 계동 사옥 전경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이 3분기 실적에서 시장 예상을 상회했지만, 글로벌 플랜트 손실로 아쉬움을 남겼다.
대신 글로벌 원전 시장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성장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주 없는 리모델링'인 '대수선' 신사업을 통해 내수 리스크를 관리하고 수익 기반을 다질 전망이다.

■ 매출 23조 원·영업이익 5342억…약 3.2년치 일감 확보

현대건설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23조28억원, 영업이익 5342억원, 당기순이익 393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9.5% 줄었다. 영업이익은 4.2% 증가했다.

누적 신규 수주는 26조1163억원으로 연간 목표(31조1000억원)의 83.9%를 달성했다. 이라크 해수처리 플랜트, 인천 제물포역 복합개발 등 초대형 프로젝트를 확보하며 수주 잔고는 96조400억원, 약 3년2개월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고원가 사업장의 공정이 순차적으로 종료되며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며 "품질 중심 수주와 철저한 원가 관리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증권가 "예상 상회… 원전 기대감은 유효, 플랜트 리스크는 아쉬워"

증권가에서는 이번 실적을 두고 "예상보다 견조한 결과지만 플랜트 리스크가 여전히 아쉬운 변수로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646억원)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며 "폴란드 석유화학 본드콜(-1700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있었지만 일부 플랜트의 수익성 개선과 클레임 이익이 이를 상쇄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2026년 상반기까지 해외 플랜트 손실과 협상 변수가 실적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택 부문의 일회성 비용이 예상보다 적었고,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됐다"며 "고원가 현장이 정리되며 추가적인 마진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플랜트 부문에서 여전히 일부 현장이 원가율 100%를 넘겼다"며 "단기적으로는 플랜트 불확실성이 부담이지만, 원전 밸류체인의 실질적 성과가 가시화되면 밸류에이션 상승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공통된 진단은 "향후 성장은 원전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평가다.

■ 원전 전문가 영입… 미국·유럽 원전 밸류체인 공략 박차

이처럼 현대건설은 이번 실적의 핵심 배경으로 원전 중심의 글로벌 사업 전환을 꼽는다. 최근 회사는 미국 웨스팅하우스 출신 마이클 쿤 전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원전 설계·운영·인허가 분야의 전문 역량을 강화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원전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Company) 출신의 원전 전문가 마이클 쿤(Michael Coon) 전 부사장을 영입했다고 4일 밝혔다. (사진=현대건설)

현대건설은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와 대형 원전 4기 기본설계(FEED)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EPC(설계·조달·시공) 본계약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 팰리세이즈(Palisades) 소형모듈원자로(SMR) 1호기 건설 프로젝트와 불가리아 신규 원전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배세호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불가리아 본계약(2026년 초), 페르미 아메리카 EPC 전환, 팰리세이즈 SMR 착공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웨스팅하우스가 추진 중인 유럽 원전 프로젝트에도 현대건설이 EPC 수행자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기룡 연구원도 "현대건설의 주가는 실적보다 원전 밸류체인 진입 기대감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며 "EPC 본계약 체결이 현실화되면 멀티플 상승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전 사업은 단순 시공을 넘어 기술, 금융, 운영 역량이 결합된 에너지 전환의 핵심축"이라며 "'Energy Transition Leader'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 국내에선 '비이주형 리모델링' 신사업으로 리스크 줄이기

한편 해외에서 원전과 플랜트가 외형 성장을 이끌고 있다면, 국내에서는 '비이주형 리모델링(대수선 공법)' 신사업으로 내실 다지기에 나섰다.

현대건설은 최근 업계 최초로 입주민 이주 없이 공동주택을 리모델링하는 신사업인 '대수선' 관련 쇼케이스를 오늘(5일) 진행했다. 이는 건축물의 구조체를 유지하면서 배관·단열·설비 등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기존 재건축보다 규제가 적고, 공사 기간과 비용이 단축된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정부의 노후주거지 리모델링 활성화 정책과 맞물리며 신규 주택 공급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대수선 관련 "이주 없이 주거 품질을 개선할 수 있는 비이주형 대수선 공법은 도심 주거 개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것"이라며 "친환경 공법과 안전시스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