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환 HUG의 역할 토론회. (사진=정지수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 방향을 공공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매입해 보상한 뒤 구상권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무게추를 두면서다. 이에대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기관인 HUG는 예산 및 담당 인력 부족과 더불어 일부 모호한 매입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HUG는 30일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에 대한 토론회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하‘개정안’)을 중심으로 HUG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윤명규 HUG 자산관리본부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개정 법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위한 공정한 가치 평가나 채권 매입 절차, 소요 재원에 대한 적절성을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택선 HUG 준법지원처장은 개정안 중 ‘선구제 후회수’ 부분에 대한 법리적인 부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검토-선구제 후회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선구제 후회수란 채권매입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매대금을 우선 지급한 뒤 우선매수권·우선변제권을 보유한 상태로 피해주택을 매각해 투입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김 처장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최저 매입 기준 및 채권 회수 절차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일부 법령 해석의 모호함을 짚었다. 특히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이 임차보증금의 일정 비율을 의미하는 것인지 최우선변제금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매매대금 산정 및 지급방법의 핵심인 가치평가의 기준도 불명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개정안은 매매대금 산정 및 지급 방법에 대해서도 '공정한 가치평가'라는 추상적인 기준만 제시할 뿐 가치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면서 "채권매입기관이 공정한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기준과 매매대금 평가시점이나 지급시기, 비용회수방식 등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용어의 모호성에 대한 지적이 이뤄졌다. 유승동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공정가치와 공정한 가치, 시장 공정가치 등 용어들이 혼용되고 있다"며 "공정한 가치가 뭔지 모르는데 어떻게 지원금액을 산정할 수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HUG의 인력과 재정도 개정안에 맞춰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우석 HUG 경·공매 지원센터팀장은 "실무를 맡은 HUG 입장에서는 반환채권 공정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쉽지 않다"면서 "예상 낙찰가율과 선순위 채권금액, 기타회수예상금액을 어떻게 산정할지나 이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받아들일지 등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대보증금 채권 매입 절차 진행을 위해 HUG에서 소요되는 운영 비용이 대략 1000억~3000억원까지 지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HUG가 최근 보증 이행으로 인해 적자를 겪고 있어 재정 지원이 되지 않으면 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HUG는 최근 주택시장 위축으로 인해 2021년 49조원에 달했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올해 3월 기준으로는 13.9조원까지 감소했다. 김경선 HUG주택도시금융연구원 박사는 "선구제 채권은 전세보증채권보다 회수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사보증회수 기간이 4~5년 정도이나 100% 회수가 어렵고 회수율 자체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장은 "지금까지 접수된 피해자 평균 보증금 1억4000만원에 총 3만6000명 피해자를 가정했을 때 5조원 정도 보증금 총액을 추산한다"면서 "정당가치 평가를 거쳐 매입해야 하는데 정확한 추산은 불가능하고 대략 가정하면 3~4조원 정도 들 것으로 보이는데 이 돈이 나중에 얼마나 회수될지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모든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고갈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재정보조가 없는 기금의 소모성 지출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토론회 말미에 “오늘 토론회는 특정 법안에 대한 찬반논의가 아니라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대안이 적절한지, 실행 가능한지를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현재 개정안은 공정한 가치평가, 매입절차 등이 불분명해 전문가들과 추가 논의 없이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혼란만 야기시킬 우려가 있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도 어려우므로, 채권매입 기준 및 절차 등 핵심내용에 대한 추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명규 HUG 자산관리본부장은 “오늘 토론회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심도 깊게 살펴보고 관계기관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논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라며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HUG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HUG 재정악화…전세사기 '선구제' 어쩌나

전세사기 선구제하려면 채권 평가등 선결
"매매대금 산정 및 지급방법 기준 추상적"

정지수 기자 승인 2024.05.01 09:00 의견 0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환 HUG의 역할 토론회. (사진=정지수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 방향을 공공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우선 매입해 보상한 뒤 구상권을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쪽으로 무게추를 두면서다. 이에대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기관인 HUG는 예산 및 담당 인력 부족과 더불어 일부 모호한 매입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HUG는 30일 ‘전세사기 피해지원을 위한 HUG의 역할’에 대한 토론회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이하‘개정안’)을 중심으로 HUG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윤명규 HUG 자산관리본부장은 개회사에서 "이번 개정 법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선(先)구제 후(後)회수를 위한 공정한 가치 평가나 채권 매입 절차, 소요 재원에 대한 적절성을 깊이 있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택선 HUG 준법지원처장은 개정안 중 ‘선구제 후회수’ 부분에 대한 법리적인 부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검토-선구제 후회수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선구제 후회수란 채권매입기관이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차보증금반환채권 매매대금을 우선 지급한 뒤 우선매수권·우선변제권을 보유한 상태로 피해주택을 매각해 투입비용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김 처장은 "전세사기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최저 매입 기준 및 채권 회수 절차에 대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일부 법령 해석의 모호함을 짚었다. 특히 개정안에서 규정하는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이 임차보증금의 일정 비율을 의미하는 것인지 최우선변제금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매매대금 산정 및 지급방법의 핵심인 가치평가의 기준도 불명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개정안은 매매대금 산정 및 지급 방법에 대해서도 '공정한 가치평가'라는 추상적인 기준만 제시할 뿐 가치평가를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면서 "채권매입기관이 공정한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기준과 매매대금 평가시점이나 지급시기, 비용회수방식 등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용어의 모호성에 대한 지적이 이뤄졌다. 유승동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공정가치와 공정한 가치, 시장 공정가치 등 용어들이 혼용되고 있다"며 "공정한 가치가 뭔지 모르는데 어떻게 지원금액을 산정할 수가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HUG의 인력과 재정도 개정안에 맞춰 움직이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나왔다.

최우석 HUG 경·공매 지원센터팀장은 "실무를 맡은 HUG 입장에서는 반환채권 공정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법에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쉽지 않다"면서 "예상 낙찰가율과 선순위 채권금액, 기타회수예상금액을 어떻게 산정할지나 이를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받아들일지 등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임대보증금 채권 매입 절차 진행을 위해 HUG에서 소요되는 운영 비용이 대략 1000억~3000억원까지 지출될 것으로 보이는데 HUG가 최근 보증 이행으로 인해 적자를 겪고 있어 재정 지원이 되지 않으면 공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HUG는 최근 주택시장 위축으로 인해 2021년 49조원에 달했던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올해 3월 기준으로는 13.9조원까지 감소했다.

김경선 HUG주택도시금융연구원 박사는 "선구제 채권은 전세보증채권보다 회수 난이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사보증회수 기간이 4~5년 정도이나 100% 회수가 어렵고 회수율 자체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장원 국토교통부 피해지원총괄과장은 "지금까지 접수된 피해자 평균 보증금 1억4000만원에 총 3만6000명 피해자를 가정했을 때 5조원 정도 보증금 총액을 추산한다"면서 "정당가치 평가를 거쳐 매입해야 하는데 정확한 추산은 불가능하고 대략 가정하면 3~4조원 정도 들 것으로 보이는데 이 돈이 나중에 얼마나 회수될지 알 수 없다"고 내다봤다.

모든 토론자들은 공통적으로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고갈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재정보조가 없는 기금의 소모성 지출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김규철 국토교통부 주택토지실장은 토론회 말미에 “오늘 토론회는 특정 법안에 대한 찬반논의가 아니라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대안이 적절한지, 실행 가능한지를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적 논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 선행될 필요가 있으며, 현재 개정안은 공정한 가치평가, 매입절차 등이 불분명해 전문가들과 추가 논의 없이 개정안이 이대로 통과된다면 오히려 피해자들에게 혼란만 야기시킬 우려가 있고,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지원도 어려우므로, 채권매입 기준 및 절차 등 핵심내용에 대한 추가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명규 HUG 자산관리본부장은 “오늘 토론회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을 심도 깊게 살펴보고 관계기관과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논의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라며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HUG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뷰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