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공공택지 직접시행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되,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균형 있는 공급 전략이 필요하다"고 14일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재정적 지원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LH가 진정한 공공 디벨로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 사장은 공공택지 민간 매각 중단과 직접 개발 전환으로 상징되는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대전환을 놓고 "공공의 역할은 강화하되 시장과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LH의 공공주도 확대 기조가 단순한 정책 집행을 넘어서 공공성과 시장성이 병행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오른쪽)이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해 정점식 국민의힘 국회의원(왼쪽)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영상회의록)

■ "직접시행 공공성 강화 기회, 재정 뒷받침 없으면 어려워"

특히 공공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는 어렵다는 점을 토로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이 "토지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고 직접시행으로만 추진하는 것은 무리 아니냐"고 질의하자, 이 사장은 "LH가 직접 시행하면 공공성 강화라는 정부 목표는 달성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재정적 뒷받침이 없다면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 사장은 "LH 부채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확대하면 외부 차입이 불가피하다"며
"공공이 공급하는 주택이 시장 친화적인지 수요자가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구조인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을 늘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공급이 돼야 한다"며
"공공의 공급이 시장에서 외면받으면 본래의 공공성도 의미를 잃게 된다"고 했다.

■ "민간참여사업 손실은 LH 부담…대형 건설사 참여 유도"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은 수익성이 떨어져 대형 건설사들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좋은 품질을 요구하면서 낮은 분양가를 강요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사장은 "지금까지의 민간참여사업 결과를 보면 10대 건설사 상당수가 참여했다"며
"손실이 발생하면 LH로 귀속되기 때문에 민간이 직접 손실을 떠안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분양가는 시세의 약 90% 수준으로 책정돼 있지만 민간은 100%까지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 경우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해 정부 입장에서도 곤혹스러울 수 있어 개혁위원회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했다.

이에 윤 의원은 "결국 LH가 모든 위험을 떠안는 구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사장은 "공공과 민간이 손익을 적절히 분담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조정하겠다"고 답했다.

■ "LH 직접시행, 땅장사 오명 벗는 계기로 삼을 것"

이 사장은 LH의 공공택지 직접시행이 땅장사 비판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간 LH가 땅장사를 한다는 오명으로 직원 사기가 저하돼 있었다"며 "이는 LH가 원해서 한 일이 아니라 법에 따른 교차보전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주택 건설과 균형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역량 부족으로 비판받은 점은 기관장으로서 송구하다"며 "직접시행으로 전환하면서 공공성 회복과 투명성 제고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혔다.

■ "공공 주도라도 시장과 단절돼선 안 돼"

이 사장은 "공공이 주도하는 공급이라도 시장이 받아들이지 못하면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공공이 시장과 단절돼서는 안 되고 수요자 중심의 공급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공주택의 품질, 입지, 가격, 수요예측 모두 시장과 연계돼야 한다"며 "공공이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면 정책 효과도 반감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LH가 단순한 시행 기관을 넘어 국민이 믿을 수 있는 공공 디벨로퍼로 거듭나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 재정 지원과 민간 협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인재 확보와 제도 혁신 병행…지역 인재 제도 개선 필요

조직 내부 혁신과 인재 채용제도 개선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사장은 "우수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지만, 현재 지역인재 채용제도에는 한계가 있다"며 "공기업들이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특정 대학 중심의 지역 카르텔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역인재 채용의 취지는 좋지만 범위를 수도권·비수도권 등으로 확대해 전남 출신이 LH(경남 진주)에, 경남 출신이 한전(전남 나주)에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런 순환형 채용 방식이 지역 균형발전과 인재 다양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