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손기호 기자)

서울 재건축 단지에서 조합원 1인당 평균 부담금이 약 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강남 아파트의 경우 1인당 부담금이 최대 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중심으로 완화 또는 폐지 논의가 본격화되며 수도권 공급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소위 부자 특혜 논란과 투기 자극, 정책 혼선 우려도 동시에 나온다.

■ 강남·서초·송파 등 조합원 1인당 최대 4억원 부담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조합원이 얻는 평균 이익이 80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의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 지난 2006년 도입됐으나 주택 경기 침체로 2012년까지 유예됐다가, 2018년 다시 시행됐다. 윤석열 정부 때는 폐지를 공약했지만, 국회 논의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현행이 유지되고 있다.

국토교통위원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전국 68곳이다. 이 중 서울이 31곳으로 50%에 육박한다. 조합원당 평균 부담금은 약 1억원이고,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 주요 단지의 경우 최대 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 실제 부과된 사례는 없다. 하지만 국토부가 통보한 예상 부담금만으로도 조합 내부에서 사업 추진 동력이 크게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표심에 한발 물러나나…정치권 완화·폐지 논의 급부상

정치권에서는 최근 재초환 완화나 폐지 논의가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당초 더불어민주당은 제도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정부의 10·15 대책 이후 수도권 집값이 급등하고 공급 확대 요구가 거세지면서 당내 분위기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국토위 여당 간사인 복기왕 의원은 "주택 공급을 촉진할 단초가 된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문진석 의원도 "국토위 차원에서 유예 기간 연장이나 폐지를 검토 중"이라고 했다. 다만 재초환이 재건축 사업의 주된 걸림돌이라 할 수 없다는 이견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재초환 완화 법안의 합의 처리를 제안하고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당 차원의 논의는 아직 없다. 재초환 폐지를 추진하면 '강남 부자 특혜인가'라는 지적이, 폐지하지 않으면 '재건축 걸림돌로 공급 확대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어 정치권이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 어려운 건설경기, 정비사업 활성화에 탄력…"재건축 등 걸림돌은 분명해"

재초환 폐지나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정비사업 추진에 막혀 있던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성이 개선돼 수도권 공급 확대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실제로 강남 3구를 비롯해 서울 외곽 노후 단지들은 부담금 규모를 이유로 조합 총회조차 열지 못하거나 추진을 미루는 사례가 많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제도가 사라지면 그만큼의 사업성이 회복돼 정체된 정비사업들이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재초환 관련 "실제로 부과하기 어려운 뜨거운 감자"라고 했다. 그는 "강남, 용산 등 일부 지역 조합원들에게 수억원대 부담금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집을 팔지도 않았는데 미실현 이익에 세금을 내야 하는 것은 과도한 부담이며 지자체장들조차 압류와 공매 등 후속 집행에 부담을 느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재초환이 공급 확대의 만능열쇠는 아니지만, 정비사업 추진의 걸림돌인 것은 분명하다"며 제도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유지가 불가피하다면 합리적 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책 추진의 시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김 소장은 "10·15 대책이나 9·7 공급대책 같은 시장 리딩 시점에 선제적으로 처리했다면 설득력이 높았을 것"이라며, 현재처럼 논란과 내로남불 프레임 속에서 등 떠밀리듯 추진되는 인상은 오히려 부정적 효과를 키운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초환은 강력한 규제지만 사회적 실효성과 시장 신뢰를 확보하려면 공급 확대 정책, 기부채납, 공사비, 금융 등 다른 장애 요인과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