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과거 사생활 문제는 연예계에 한정된 이슈였다. 하지만 이제는 비연예인들도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가 됐다.
최근 플랫폼의 발달로 비연예인들이 직접 만든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리며 관심을 받는 일이 대중화됐다. 이에 유명 BJ와 유튜버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기도 하며 연예인과 비연예인을 나누는 벽이 허물어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에게도 사생활 논란이 따라오기 시작했다.
특히 이들의 사생활은 폭로에 의해 드러나는 경우가 대다수다. 지난 8월 유튜버 정배우가 트랜스젠더 BJ 꽃자의 불법 성매매 의혹을 폭로하며 큰 파문이 일었다. 또 그룹 버뮤다 출신 BJ 우창범과 BJ 열매는 사생활을 둘러싼 다툼을 벌여 온라인을 떠들썩하게 했다.
일각에서는 1인 크리에이터들의 폭로전에 거부감을 표하며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사생활도 알아야 하냐”는 비판을 했다.
하지만 사생활 문제는 이제 일상으로 확대됐다. 인터넷의 발달과 CCTV, 블랙박스 등의 상용화로 사생활 피해 주인공이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여기서도 타인에 의한 정보 유출이 가장 크다. 허락 없이 영상에 찍힌 사람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려 원치 않게 사생활이 노출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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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몰래카메라를 이용한 사생활 침해는 사회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숙박업소나 화장실 등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그 안에 담긴 영상을 인터넷에 유포해서 돈을 벌거나, 전 연인이나 지인 등을 통해 사생활 동영상이 유포되는 등의 일이 발생하면서 피해자가 사회에서 숨어 지내거나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생활이 기록되고 기억되면서 인터넷상에 있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정보의 삭제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잊힐 권리’(잊혀질 권리)를 찾는 이가 증가했다.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잊힐 권리'를 인정한 판결 이후 확대되는 추세다.
하지만 인터넷에 기록된 내 정보를 지우는 것은 쉽지 않다. 다양한 네트워크가 얽혀있는 탓에 정보가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여기저기 퍼져가거나, 해외까지 전파되기도 한다. 때문에 빠르게, 정확하게 지우는 것은 비전문가가 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온라인에 기록된 정보를 지워주는 디지털장의사 이지컴즈 박형진 대표는 “2009년 처음 이 일을 시작한 당시에는 문의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현재는 정보 삭제 관련 문의가 하루에도 몇 건씩 들어온다. 기업부터 개인, 연예인 등 다양하다”며 “기업과 연예인 등은 대부분 악성 댓글 삭제 요청을 하지만, 개인은 취업이나 결혼을 앞두고 예전에 자신이 쓴 게시물을 지워달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디지털 성범죄 영상물 삭제 요청도 많다. 최근에는 이 문제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여성부에서 지원을 해주지만 우리는 거기서 손대지 못한 작업들을 주로 한다. 우리가 강의를 통해 비전문가가 스스로 게시물을 삭제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특히 디지털 성범죄 관련 피해자들은 스스로 작업할 수가 없다. 자신이 나온 영상을 보면서 하는 것은 정신적인 고통이 따른다. 또 해외까지 퍼져 있는 경우가 있어 더욱 피해가 크다”며 “잊힐 권리는 당연히 행사되어야 할 권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범죄를 일으킨 가해자가 인터넷에 떠도는 자신의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때도 있는데 그것은 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점은 잊힐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2016년 4월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인터넷 자기 게시물 접근 배제 요청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법인을 제외한 인터넷 시용자 누구나 자신이 올린 게시물에 대해 접근 배제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삭제권은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잊힐 권리와 알 권리는 상충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잊힐 권리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온라인이 또 다른 세계를 형성하고 일상에 침투하면서 법제화가 논의로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잊힐 권리와 알 권리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이상 첨예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