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의 역할/자료=여신금융협회
"신용 카드 없애려다, 무이자 할부 쏠쏠해서 계속 씁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녹이려는 카드사들의 서비스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자취를 감췄던 '무이자 할부'가 속속 부활하면서 소비자들에게 혜택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카드 등 국내 카드사 8곳의 올해 상반기 누적 할부 신용판매 이용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2.5% 상승한 69조 934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2조원 가량 불어난 수치다.
그간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소비자 혜택을 줄여왔다. 일명 혜자카드로 불리는 알짜 카드를 단종시키거나, 각종 카드 할인 혜택을 축소하는 등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드 사용의 이점이 거의 없는 실정이었다.
이에 더해 네이버페이 등 각종 간편 결제사들이 '후불 결제' 등을 도입하는 등 사실상 카드사의 역할을 대신하면서 소비자들은 "굳이 카드를 쓸 이유가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혜택을 늘리는 것은 다각도로 신의 한 수로 풀이된다. 소비자들에게는 혜택으로 돌아갈 뿐 아니라, 최근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포용 금융'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카드를 들고 있는 한, 언제든 신용판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카드사로서는 하나의 전략적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기준금리 인하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면서 무이자 할부가 가능케 된 측면도 있다. 여전채 금리 하락으로 지불하는 이자 비용이 감소하면서 숨통이 트인 카드사들이 무이자 할부 등 고객 혜택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은 업종별로 무이자 할부 혜택을 확대하며 속속 '무이자 할부' 경쟁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온라인쇼핑·백화점·병원·항공·여행·손해보험 업종에서, BC카드는 병원·온라인쇼핑·여행·손해보험·백화점 업종에서 최대 6개월간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신한카드는 온라인쇼핑·손해보험·항공사·면세점 업종, 삼성카드는 백화점·보험·병원·차량업종, 국민카드는 백화점과 보험업종, 롯데카드는 손해보험과 종합병원 업종에서 최대 5개월의 무이자 할부 혜택을 내놓았다. 롯데카드는 이달 말까지 손해보험, 종합병원 업종에서 5만원 이상 이용 시 최대 5개월의 무이자 할부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무이자 할부의 경우, 카드 이용 기간은 증가하지만 카드사로서는 매출의 파이가 증가하는 부분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또한 소비자들이 무이자 할부를 누적하는 소비 패턴으로 이어질 경우, 자칫 연체율 관리에 함정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윤종문 여신금융연구소 팀장은 "카드 이용 기간이 증가하면서 한편으로는 카드사 연체율 관리나 건전성 관리가 필요한 부분"이라면서 "카드사들은 서민들의 긴급 자금 등 포용금융 확대시키고 건전성 관리를 신중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