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와 핀테크 사가 제대로 한 판 붙었다 /사진=연합

카드사들이 예상대로 지난 2분기 실적에서 쓴맛을 봤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파로 순이익이 줄어든 것은 물론, 이달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 강화로 향후 카드론 수익 확대에도 애로를 겪고 있다.

또한 핀테크 기업들이 '소액후불결제' 시장을 야금야금 여전업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가운데,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결제 시장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역마진'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전략적 동맹'을 통해 살길을 모색하는 한편, AI 플랫폼 마케팅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 등 6개 주요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총 1조11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줄었다.

신한카드는 상반기 당기순이익 246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35% 급감해 가장 큰 감소폭을 나타냈다. 국민카드는 29.1% 감소한 1813억원, 삼성카드는 3356억원으로 7.5% 줄었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와 하나카드도 각각 10%, 5.5%씩 순익이 감소했다.

그나마 현대카드가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되며 전년 동기 대비 1.0% 증가한 165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총 회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51만명 늘어나는 등 애플페이 등 결제 채널이 이용자를 지속적으로 유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반적인 카드업계의 수익성이 악화된 데에는 지난 2월부터 시행된 수수료 개편의 영향이 컸다. 연매출 10억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체크카드 수수료율이 0.05~0.1%포인트 인하되면서 카드사 수익 기반이 약화됐다.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을 통해 수익 보전에 나섰지만, 경기 악화와 취약 차주 증가로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대손비용이 급증했다. 6개 카드사의 상반기 대손비용은 총 1조9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카드업계 앞에 놓인 환경이 악화일로라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카드론을 사실상 일반 신용대출로 간주하며 규제를 강화할 예정이다. 이달 시행된 3단계 스트레스 DSR로 대출 한도가 축소되면 카드론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여전업계의 영역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특히 네이버·카카오·토스 등 핀테크 기업들이 '소액후불결제'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하는 등 온·오프라인 결제 시장에 광폭 행보에 나서고 있어, '여전업'이라는 고유 영역마저 무너지는 추세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도 카드업계에는 블랙홀로 작동할 여지가 있다. 카드사나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와 판매자가 직접 결제에 나서는 스테이블코인 결제 구조가 현실화되면, 카드업계의 결제망 지위 또한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굳건한 공동 연합을 구축해 난관을 돌파하려는 모습이다.

28일 8개 전업 카드사들은 여신금융협회와 ‘스테이블코인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관련 공동 대응에 나섰다. 카드사들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카드사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운영참여 등을 명시하는 등 방안을 정부에 건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카드사들은 자체 예산 25억원을 투입, ‘민생회복 소비쿠폰’ 공동 이벤트도 마련했다. 카드사들은 8월 안에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모두 사용하면 추가로 최대 5만원을 받을 수 있는 혜택을 제공하는 등 '카드 결제' 우위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한편 향후 카드사들이 쓸만한 무기는 'AI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결제 시장에서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 '맞춤 서비스'와 '맞춤 마케팅'을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신한카드는 올해 하반기 사업 전략회의에서 AI를 핵심 사업 방향으로 선언했다. 박창훈 대표는 'AI 플랫폼 고도화'를 통한 디지털 혁신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카드는 자사 앱인 ‘디지로카’에서 회원의 소비 패턴을 AI로 분석해 맞춤형 혜택을 제안하는 기능을 강화 중이다. KB국민카드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AI센터’를 신설했고, 우리카드도 ‘AI추진팀’을 새로 만들어 AI 전략 수립과 혁신 서비스 기획을 전담토록 했다.

현대카드는 전체 인력의 4분의 1 수준인 600명가량이 AI 개발 인력일 정도로 AI에 전폭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내 금융권으로는 최초로 독자 개발한 AI 플랫폼인 '유니버스'를 일본 3대 신용카드사인 SMCC(스미토모미쓰이카드)에 수출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