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건설 관련 실사 생성 이미지 (사진=AI생성 이미지)
“예전에는 해외가 더 어려웠지만, 지금은 해외 수주 덕에 실적에 도움이 되고 있어요.”
최근 중견 건설사 관계자의 말이다. 국내 건설업계는 미분양과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위기로 건설사들이 문을 닫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수주로 반전을 이끌고 있는 회사도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액은 약 43조원(326억9000만 달러)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8% 증가해 5년 연속 3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1월에는 누적 해외 수주액이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넘어섰다.
■ 해외 수주로 버티는 K-건설…현대·삼성·GS·대우 실적 견인
특히 주요 대형 건설사들을 보면, 사우디, 카타르, 싱가포르, 체코, 브라질 등 세계 각지에서 대형 플랜트·인프라 사업을 연이어 수주하며 실적을 방어하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최대 석유화학단지 ‘아미랄 프로젝트’와 네옴시티 터널·교통 인프라 공사를 수주하며 중동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고, 삼성물산은 카타르 퍼실리티E 담수복합 발전소(28억4000만 달러)와 싱가포르 MRT(지하철) 공사를 통해 중동·동남아 주요 에너지 및 교통 인프라를 선점했다.
GS건설 준공 싱가포르 종합 철도 시험 센터(SRTC) 전경 (사진=GS건설)
GS건설도 최근 싱가포르 종합철도시험센터(SRTC)를 준공했고, 사우디 파딜리 가스증설 공사(12억2319만 달러), 브라질 수처리 플랜트(3억3058만 달러) 등으로 중남미·중동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체코 두코바니 원전(약 24조원 공사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하노이 THT 신도시 개발(2조6344억원), 나이지리아·이라크 플랜트 사업까지 확보하며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DL이앤씨는 캐나다 비료공장 기술 계약과 인도네시아 수력발전소 CM사업을 확보했고, 롯데건설과 포스코이앤씨도 스마트 시티, 친환경 건축 등 첨단 기술 기반 수주에 나서고 있다.
■ 국내는 침체 지속…폐업 160곳, 미분양 8만 가구
해외로 눈을 돌린 데는 국내 건설시장 침체 때문이다. 올 1분기 기준, 국내에서 폐업한 일반건설사는 160곳에 달한다. 그중 대다수가 중견·중소 건설사로, 하루 2곳씩 문을 닫는 실정이다.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8만 가구를 돌파해 지난 2012년 이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금리 인상과 자금난으로 PF 대출이 끊기면서 착공 중단과 시행사 부도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원자재·장비 수입 비용이 급등, 수익성은 바닥을 치고 있다.
■ “수주가 끝 아냐…리스크 관리·수익성 중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해외 수주가 단기 실적에는 기여하고 있지만, 사업 리스크에 대한 준비와 체계적인 대응이 없을 경우 기업의 존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해외 사업은 경험과 준비가 없는 기업에게는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익성을 확보하려면 신중한 사업 선별과 리스크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술관리연구실장은 “과거에는 수익성보다 물량 확보에 집중한 결과, 대형 부실 사태를 겪은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준비된 기업만이 해외 사업에 나서고 있으며 수익성을 중시하는 전략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 사업은 기업의 존폐를 위협할 수 있을 만큼 리스크가 큰 만큼, 선별적 수주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며,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필요로 하는 지원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며 “국토부의 시장개척 지원 사업처럼 실질적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가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기술력에 대해서는 “한국 기업들은 이미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문제는 경험 부족과 투자개발형 사업으로의 확장”이라며 “중국, 터키 등 저가 경쟁 기업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공공기관과 민간의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