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재 (사진=포스코)

세 차례 인하 끝에 80만원대 복귀

포스코가 2분기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했다. 인상 폭은 소폭이지만, 가격은 t당 80만원대 초반으로 재진입했다. 숫자만 보면 미세한 변화지만, 이 ‘작은 숫자’는 철강과 조선 양대 산업의 수익성에 직결된다. 단가의 민감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후판 가격은 2023년 상반기 t당 10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해 하반기 90만원대 중후반으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하반기엔 70만원대 후반까지 내려오며 세 차례 연속 인하됐다. 이번 2분기 가격 인상으로 다시 80만원 선에 복귀하게 됐다.

조선 원가의 20~30%…양측 수익성 직결

후판(厚板)은 선박, 해양플랜트, 방산함정, 원전 등 대형 구조물 제작에 쓰이는 두꺼운 강판이다. 특히 선박 1척당 수천 톤의 후판이 필요해, 조선 원가의 20~30%를 차지한다. 조선업은 고정가 계약 비중이 높아 원재료값 상승이 곧 수익성 저하로 직결돼 후판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깎이는 구조다. 원자재값 상승 탓에 기대만큼의 수익률은 내지 못했다. 수주 호황에도 이익이 남지 않는 ‘속빈 강정’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철강사들의 사정은 더 절박하다. 후판 사업은 고정비 부담이 크고, 수익성도 낮다. 가열→압연→냉각 등 공정이 까다로우며, 일정 설비 가동률을 유지하려면 최소한의 단가 확보가 필수다. 후판 생산에 들어가는 철광석, 원료탄 등의 원재료 가격도 여전히 높게 유지되고 있다.

포스코의 후판 사업은 지난해 1000억 원대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후판 가격은 원가 이하인 70만원대 중후반이었다. 포스코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4730억원으로 1년 전 2조830억원보다 29% 감소했다. 현대제철 역시 전체적으로는 흑자를 냈지만 후판 부문에선 손실을 기록했다. 철강업계는 후판을 더는 적자 구조로 둘 수 없다며, 고망간강, 수소 수송용 고압 강관 등 고기능 프리미엄 소재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후판 가격 협상의 본질은 ‘단가’ 그 이상이다. 철강사는 생산 지속 가능한 가격을 원하고, 조선사는 수익성을 보전할 수 있는 수준을 요구한다. ‘누가 더 수익성을 양보할 수 있는가’를 두고 어느 쪽도 물러설 수 없는 지점까지 몰려있다.

HD한국조선해양 원유 운반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


불안정한 정세, 분기 단위 조정…상생 위한 협상의 기술 절실

가격만이 아니라 협상의 방식도 달라졌다. 양측은 올해부터 기존 반기별 협상 대신 분기 단위로 조정 주기를 줄였다. 글로벌 철광석 가격이 t당 110~125달러 수준을 오르내리는 등 불안정하고, 미국의 25% 철강 관세 등 대외 변수도 커졌기 때문이다.

철강업계는 후판 생산 라인의 유지·보수에만 수천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면 조선사는 후판가가 오르면 선박 원가 부담이 커져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양측 모두,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의 체질 개선은 불가능하다. 후판 가격 협상은 단순한 원재료 단가 뿐 아니라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협상 구조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