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제시된 KB금융 주주환원정책(자료=KB금융)


요즘 은행주 주가가 무섭게 오릅니다. 지난 2분기 업종 주가 상승률이 35.7%에 달하고, 7월 들어서도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새 정부의 증시활성화 정책 기대감이 은행주에 고스란히 투영되는 분위깁니다.

이제 시장 관심은 추가 상승 여부입니다. ‘비정상의 정상화’ 과정이기 때문에 대세 상승 초입이라는 시각도 있고, 상승 기울기가 너무 가팔라 단기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일단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 지는 이달 말부터 발표될 2분기 실적이 좌우할 것 같습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시장 컨센서스는 지난해 2분기 실적과 비슷하거나 살짝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다만, 1분기와 2분기를 합친 상반기로 보면 사상 최대 실적 기대가 높습니다. 지난해 1분기에는 ‘홍콩 ELS’ 이슈로 타격을 받았지만 올 1분기에는 그런 악재가 없었습니다. 4대 금융지주만 놓고 보면 상반기 순이익이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주 중에서도 특히 KB금융의 2분기 실적에 관심이 모입니다. 최정욱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적 발표를 전후해 외국인 매수세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KB금융의 자사주 매입·소각 발표 규모가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면서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최소 7000억원, 경우에 따라서는 1조원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한 마디로 KB금융의 주주환원 규모가 은행주 주가 추가 상승의 동력이라는 시각입니다. 이런 전망이 얼마나 현실성 있는 지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자료=하나증권

KB금융은 지난해 10월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 발표 당시 “2024년 연말 CET1비율 13%를 넘긴 잉여자본은 2025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2025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각각 활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2024년 연말 CET1 비율은 13.51%였고, 13%를 초과한 0.51%(1조7600억원)를 재원으로 상반기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했습니다. 현금배당은 분기 균등배당(3350억원) 정책에 따라 총액이 1조3400억원으로 정해져 있는 상수입니다. 변수는 자사주 매입·소각인데 하반기의 경우 CET1 13.5%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이 재원이 됩니다. KB금융의 CET1 0.1%포인트는 금액으로 약 3500억원입니다.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1조원 이상이 되려면 2분기 CET1 비율이 13.8%가 돼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KB금융의 지난 1분기 CET1 비율은 13.67%였습니다. 2분기 순이익 컨센서스는 1조6000억원 안팎인데, 보다 긍정적인 애널리스트는 1조7000억원까지 보기도 합니다. 이 정도 순익이면 원화대출 등 위험가중자산(RWA)의 증가, 2분기 현금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것이 증권가의 대체적인 판단입니다. 보수적으로 봐도 13.7%는 찍었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립니다.

의견이 갈리는 부분은 ‘환율 효과’입니다. 4~6월 기간 동안 달러/원 환율은 1450원에서 1350원으로 100원 가량 떨어졌습니다. 환율 10원 하락 당 CET1 비율은 약 2bp 상승하는 것으로 추정합니다. 100원 떨어졌으니 단순 계산으로 20bp, 즉 0.2%포인트 CET1 비율이 올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보수적으로 10bp가 올랐다고 봐도 CET1비율은 13.8%입니다.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가 1조원이 넘을 것이란 분석의 근거입니다.

다만, KB금융은 “환리스크 헤지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입장입니다. 환율 변동으로 이익을 기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이 그룹의 기본적인 스탠스라는 얘깁니다. 환율 효과가 미미하다고 본다면 2분기 CET1 비율은 13.8%보다는 13.7%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렇더라도 하반기 6000억~7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이 가능할 것이란 결론이니 주주들에게는 나쁘지 않은 소식일 듯합니다.

KB금융그룹(회장 양종희)은 지난 5월말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밸류업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밸류업 우수기업 경제부총리상’을 수상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오른쪽)과 윤인대 기획재정부 차관보(왼쪽)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자료=KB금융)

KB금융은 지난 5월 15일 자기주식 1206만주를 소각했습니다. 금액으로는 1조2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 소각이었습니다. 여기에 연간 현금배당 규모(1조3400억원)를 합하면 2조3600억원입니다. 추가로 하반기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6000억원으로 가정하면 올해 총주주환원액은 2조96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올해 순이익을 전년 대비 10% 증가한 5조5000억원으로 가정할 경우 총주주환원율은 53.8%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는 지난해(39.8%)에 비해 14.0%포인트나 높은 수준입니다. 총주주환원율 50% 돌파는 국내 금융지주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6.27 긴급 가계대출 규제’를 통해 시중의 돈이 부동산으로 쏠리는 것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코스피5000특별위원회’를 가동시킨 여당은 상법 개정을 성사시켰고, 다음 단계로 보유 자사주 의무 소각, 배당소득 분리과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물길을 증시로 돌리겠다는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해 보입니다.

이런 시국에 ‘리딩금융’ 타이틀을 가진 KB금융이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주주환원율 50% 돌파를 실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올해 연 저점 대비 70% 넘게 오른 주가(8일 종가 기준 12만2000원)는 과연 어디까지 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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