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장비 전문기업 '우리넷'이 양자암호통신 기술 상용화와 함께 차세대 무선통신 인프라 교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중장기 성장 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국가기관과 통신사 중심의 고객 기반, 5G-SA 및 6G 투자 본격화 등 산업 구조 변화가 동사의 실적 견인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넷은 2000년 설립 이후 2010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됐다.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 출신 연구진이 창업에 참여해 설립 단계부터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으며, 유·무선 전송망 장비, 양자암호통신 장비 등을 B2B 형태로 공급하고 있다. 현재 매출 비중은 유선 전송망 장비가 가장 크며, 이어 무선통신 장비와 보안통신 장비가 뒤따른다.
동사는 KT, SK브로드밴드, 국방부, 우정사업본부 등 국가 인프라와 직결된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의 교체 주기 특성상 약 5~10년 단위로 안정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 트래픽의 급증으로 전송 장비의 내용연수가 단축되면서 교체 주기가 더욱 짧아지고 있는 추세다.
핵심 제품인 유선 전송망 장비(PTN)는 트래픽 증가와 5G-SA 도입에 따라 수요가 꾸준하며, 기존 장비(MSPP) 대비 호환성이 낮아 강력한 Lock-in 효과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실적 안정성도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양자암호통신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따라 기존 암호화 체계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응하는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특히 'HNDL(Harvest Now, Decrypt Later)' 공격 우려가 커짐에 따라 보안 인프라 강화에 대한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우리넷은 QKD(양자 키 분배)와 PQC(양자 내성 암호) 기술을 자체 개발해 상용화 가능한 수준으로 보유 중이며, 국내 최초로 QKD 연계 링크 암호화 장비를 개발한 이력도 갖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에 양자암호통신 장비를 PoC 형태로 공급한 바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정원, 국방부 등 대형 프로젝트 진입이 기대된다.
무선통신 부문에서도 동사의 성장 가능성은 높다. 2025년 하반기로 예정된 주파수 경매를 기점으로 통신사들의 Capex 투자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곧 무선통신장비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넷은 이미 Private 5G 및 셀룰러 IoT 고객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있어, 주파수 경매 이후 빠른 실적 반영이 기대된다.
실제 우리넷은 2024년 기준 1,316억 원의 매출과 20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며, 국방망 사업 수주 등 대형 프로젝트가 실적을 견인했다. 2025년은 전년 기저효과로 인해 실적이 역성장할 수 있으나, 하반기 예산 집행과 통신장비 교체 수요로 인해 실적 반등이 예상된다. 양자암호통신 장비는 단가가 높아 수익성 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다만 구조적 성장에 대한 의문도 존재한다. 양자암호통신 시장은 여전히 초기 단계이며, 국내 도입 여부와 예산 규모 측면에서 불확실성이 크다. 실제로는 기존 보안장비의 교체 수요에 그칠 가능성도 있으며, 이는 물량 증가보다는 고부가 장비를 통한 단가 상승에 의존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성장을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신사업 확보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넷은 현재 적자 자회사 정리, 공공기관 중심의 안정적 수익 기반, 양자암호통신 기술 고도화 등 구조적 재편을 추진 중이다. 국내 통신인프라 전환기와 보안 이슈가 교차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넷이 차세대 보안·통신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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