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기조 이후 한동안 침체했던 원자력 산업이 SMR(소형모듈원자로)을 앞세워 새로운 성장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글로벌 과제를 해결할 수단으로 부상한 SMR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과 변동성 문제를 보완하며 핵심 전력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거 스리마일섬(1979년), 체르노빌(1986년)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원전 회피 흐름은 최근 재생에너지 기술의 한계에 부딪혔다. 이에 따라 기존 대형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보완한 SMR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피동형 안전설계를 채택한 SMR은 중력, 자연대류, 압력차 등을 이용해 외부 개입 없이도 냉각이 가능해 안전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 중인 i-SMR은 대형 원전에 비해 노심손상빈도(CDF)가 1/1000 수준에 불과하다.

SMR은 전력 생산 외에도 해수담수화, 수소 생산, 지역난방, 선박 추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이 가능해 종합 에너지 솔루션으로서의 가치가 주목된다. 특히 전력 소비가 폭증하고 있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산업과의 결합 가능성은 향후 시장 확대의 중요한 축이 되고 있다.


미국은 인프라법(IIJA),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대형 원전과 SMR을 아우르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 중이다. DOE는 NuScale, TerraPower 등 선두 SMR 기업에 9억 달러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NRC는 SMR 맞춤형 인허가 체계(Part 53)를 도입해 사업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연속성은 산업 전반에 대한 시장 신뢰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로쓰리서치 류창선 연구원은 “SMR은 단순한 소형 원자로가 아닌, 차세대 전력 인프라로서 재생에너지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는 동시에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상반기 과도한 기대감은 시장의 현실적 한계에 직면했다. NuScale Power의 2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하회하며 불확실성이 부각됐고, SMR 시장 전반에 대한 기대치는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여전히 FOAK(First-of-a-kind) 기술이라는 상용화 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투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전망이다. Holtec, Westinghouse, NuScale 등 주요 기업들이 2025~2026년 본격적인 프로젝트 착공을 예고하면서, 시장은 다시금 기대감을 회복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기술인 4세대 SMR은 용융염 기반 열 저장 시스템을 접목해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할 수 있어 중장기 성장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류창선 연구원은 “SMR 산업의 상용화는 단기 이벤트보다 반복 건설을 통한 비용 절감과 학습효과를 수반하는 구조적 변화에 달려 있다”며 “향후에는 수주 역량을 갖춘 기업 중심으로 차별화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두산에너빌리티와 현대건설이 주목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주기기 제작 기술력과 함께 NuScale Power와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수주 가시성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건설 또한 한국형 원전 시공 실적을 기반으로 미국 원전 시장 재진입을 노리고 있다. 두 회사 모두 SMR 관련 기술 개발과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글로벌 SMR 시장의 수혜가 기대된다.

류창선 연구원은 “이번 SMR 업사이클은 단발적 기대 확산이 아닌, 지속 가능한 구조적 성장 기반 위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단기 모멘텀과 장기 성장성이 공존하는 현재 시점은 관련 기업에 중요한 기회”라고 평가했다. 다만 상반기처럼 무차별적인 접근보다는 실질적 수주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방송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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