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2025년 세제개편안에는 부동산 관련 세제는 빠지고 주식 관련 과세만 강화되는 내용이 담겼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거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던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보이나 부동산 반등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책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부동산 과열 해소를 위해 증시를 활성화하겠다던 의지가 사라진것 아니냐는 논란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
2025년 세제개편안 브리핑. (사진=연합)
■ 부동산 빠진 세제개편안…'세금카드' 언제 꺼낼까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는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법인세율과 증권거래세율 인상, 양도소득세 관련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역대 정부들은 7월 말 세제개편 발표 시 부동산 세제를 핵심 현안으로 다뤘지만, 이번 개편안에는 부동산 세제 내용이 전무했다.
이에 관해 박금철 기재부 세제실장은 "지난 6월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발표한 상황이기에 정책의 성과를 주시하고 있다"며 "부동산 세제가 강화될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를 이 대통령이 과거 발언을 지키는 이행하려는 움직임 이라고 평가한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수요 통제를 위해 세금을 활용하는 건 기본적으로 피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세제개편을 통한 부동산 규제를 꺼리는 기조를 보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부동산 관련 징벌적 과세가 다시 도입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27 대책 이후 시장이 관망세에 접어들며 일시적으로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하반기 금리 인하나 주택 공급 지연 등의 변수로 인해 집값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집값 안정을 위해 대규모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공급 물량의 한계와 사업 추진에 장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기간 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로 인해 집값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실행 가능한 조치는 세제개편밖에 남지 않는다. 특히 법 개정 없이도 조정 가능한 공시가격 현실화율·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이 그 수단으로 지목받는다. 이들을 상향 조정할 경우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이 실질적으로 인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코스피 3.9% 하락세를 나타내는 현황판. (사진=연합)
■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정책은 반대로?
개편안에 담긴 주식관련 세제강화 내용도 비판받고 있다. 새 정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식시장 활성화를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국무회의에서 "투자 수단이 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까 주택이 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했다"며 "금융시장을 정상화하고 대체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을 잘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세제개편으로 정부의 증시 활성화 의지가 돌아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거래세율 인상과 양도소득세 관련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강화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주식시장이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개편안 발표 이후인 지난 1일 코스피·코스닥 지수 모두 약 4% 급락하며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았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으로 인한 급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를 두고 여당 내에서 세제 개편 기조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KRX) 간담회에서 "새 정부가 주식시장을 활성화하려는 것은 그동안 '부동산 불패'라는 이름 아래 부동산 공화국이란 평가를 받아 왔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세제 개편은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고, 주식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가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가 오락가락하면 안 된다"며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돈이 이동하도록 만들겠다는 메시지가 있다면, 이후에는 그런 정책이 실제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 "중과세 폐지·양도세 인하로 매물 유도해야"
전문가는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 보유세·거래세 조정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을 통해 종부세 등 보유세를 올리는 방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그만큼 거래세를 낮춰 밸런스를 맞춰야한다"며 "내년 5월까지 유예 중인 중과세를 아예 폐지하거나 한시적인 양도세 인하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해야 매물 잠김 현상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초환의 경우 정비사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공급 속도를 낮추는 걸림돌"이라며 "재초환을 폐지하고 공급 확대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