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전경. (사진=LH)

지난 2023년 철근 누락 사태로 논란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신 전관들이 여전히 관련 업계에 포진해 있고, 지난 1년간 8000억원이 넘는 LH 사업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전관 카르텔'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LH 사업을 수주한 업체 91곳에서 LH 퇴직자 483명이 재직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체가 1년간 수주한 사업은 355건, 총 금액은 8096억원에 달한다.

LH는 2009년 출범 이후 약 4700명의 퇴직자를 배출했고 연평균 270명꼴로 퇴직자가 발생했다. 이번 조사 결과 최근 1년간 LH 사업을 따낸 업체들에 전체 퇴직자의 약 10%가 근무 중인 셈이다.

문제는 제도적 한계로 이들이 전관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는 점이다. LH는 2023년 철근 누락 사태 이후 퇴직자 등록 시스템을 구축해 입찰 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공직자윤리법상 전관 기준이 '퇴직 후 3년 이내, 2급 이상 또는 임원급 재직자'로 한정돼 있어 다수 퇴직자들이 관리망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영업정지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업체들도 제재를 피해 LH 사업을 계속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입찰 담합으로 23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건축사사무소 20곳 중 3곳에만 LH 출신 38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나머지 17개 업체까지 포함하면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와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A업체에는 LH 출신 26명이 재직 중이다. 이 중 부사장·전무 등 임원급 인사만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 담합으로 31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B업체에서도 10명의 LH 전관이 확인됐다.

정준호 의원은 "LH가 직접시행 구조로 전환되며 공적 역할이 강화됐음에도 불구하고 혁신 의지는 여전히 부족하다"며 "연말까지 LH 개혁위원회를 중심으로 철근 누락, 입찰 담합 업체 전수조사와 함께 LH 및 건설업계 전관 실태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LH는 이와 관련해 전관 업체와 계약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전관을 통한 입찰비리 등 이권 개입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LH 혁신방안에 따라 공공주택 시공·설계·감리 업체 선정 업무를 조달청에 이관했다"며 "용역 심사·평가 과정에서도 전관 업체에 대해 감점을 부여해 수주를 사실상 배제하고 있고, 실제 전관 업체와의 계약 실적은 0건"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