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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신한·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금융그룹이 정부가 주도하는 ‘생산적·포용금융’에 향후 5년간 약 50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생산적 분야로 돌리는 데에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지만 일각에서는 쏠림현상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9일 생산적 금융 및 포용 금융에 향후 5년간 각각 110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5대 금융그룹의 향후 5년간 생산적·포용금융 청사진이 완성됐다. 앞서 하나금융, 우리금융, 농협금융도 각각 100조원, 80조원, 108조원 규모의 계획을 밝혀 국내 5대 금융그룹의 생산적·포용금융 규모는 총 508조원으로 집계됐다.
총액 기준으로는 리딩금융을 다투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각 110조원씩 가장 많은 금액을 책임졌고, 하나금융과 농협금융도 100조원 이상의 계획을 밝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금융은 상대적으로 투자액은 가장 적지만 지난 9월말 국민성장펀드 10조원 등 제일 먼저 세부 투자 규모를 밝히면서 다른 금융그룹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눈길을 끌었다.
정부가 총 150조원 규모로 조성하는 국민성장펀드에는 5대금융 각 10조원씩 총 50조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결론났다. 민간이 담당하기로 한 75조원의 약 66.7% 규모다. 나머지 25조원은 iM, BNK, JB 등 지방금융과 보험업권, 증권업권 등에서 책임질 것으로 전망된다.
포용금융을 뺀 순수 생산적 금융 규모를 살펴보면 KB금융 93조원, 신한금융 93~98조원, 하나금융 84조원, 우리금융 73조원, 농협금융 93조원 등 총 ‘436조+α’로 집계됐다. KB금융, 신한금융, 농협금융이 모두 93조원을 제시한 점이 눈에 띈다.
436조원의 대부분은 융자(대출)가 차지한다. KB금융 63조원, 신한금융 72~75조원, 하나금융 50조원, 농협금융 68조원, 우리금융 56조원 등 ‘306조원+α’에 달한다. 모험자본 공급, 민간펀드 결성 등 자체 투자 규모는 KB금융 15조원, 신한금융 10~15조원, 하나금융 10조원, 우리금융 7조원, 농협금융 15조원 등 국민성장펀드 50조원을 포함해 총 ‘107조원+α’로 집계됐다.
그룹의 막대한 자금을 ‘생산적 금융’에 쏟아붓기로 함에 따라 5대 금융그룹은 전담조직 신설 등 계획 이행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 특히 부동산금융에서 벗어나 기업 분야에 전대미문의 투자에 나서야 하는 만큼 계열사 가운데 증권·자산운용 부문에 특히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국가적으로 AI 등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금융그룹들이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이해한다”며 “다만, 과거 사례들에 비춰보면 특정 분야에 특색 없이 무분별하게 투자가 집중되면 쏠림현상 등 필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