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한전,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관계자들이 국가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 전력망 확충=철강 수요 확대…2038년까지 송전철탑만 70만 톤
정부가 전력망 확충을 국가적 과제로 삼으면서 철강업계가 인프라 투자 사이클의 핵심 축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24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에서 한전·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과 ‘국가 전력망 적기 건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대규모 송전철탑 프로젝트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에 본격 참여한다고 밝혔다.
국가 전력망 확충을 위한 해상풍력·대규모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이 해안·수도권 외곽에 집중된 만큼 전력을 수요지까지 운반하는 송전망 용량 증설이 전력난의 병목을 해소하는 열쇠로 꼽힌다. 이를 위해 한전은 2038년까지 신규 송전철탑 자재 수요가 약 7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송전탑은 고강도 철강재로 구조물을 세우고 보강하는 방식이어서 전력망 확충 속도가 곧 산업용 강재 투입량 확대로 직결된다.
■ 현대제철, 한전과 MOU…송전철탑 뼈대 안정적 공급
전력망은 경기 변동과 무관하게 추진되는 기간산업인 만큼 글로벌 수요 부진과 원가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철강업계에는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요원으로 주목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전기차·그린수소 등 신산업의 전력 수요 급증은 송전·변전·배전 전 과정에서 철강 투입을 더욱 확대시키는 구조적 변화다.
송전철탑의 주요 구조재는 ‘앵글(ㄱ형강)’로, 단면이 ㄱ자 형태인 형강이다. 철탑의 기둥·보강재 역할을 하는 핵심 부재로 고강도·내식성·정밀 규격이 필수적이다. 국내 철강사가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는 점은 전력망 사업 일정 준수에 중요한 경쟁력으로 평가된다.
현대제철은 한전과 협약을 통해 ▲송전철탑용 강재의 안정적 생산·공급 ▲전력망 건설계획 정보 공유 체계 구축 ▲차세대 고성능 철탑 개발에 협력한다. 특히 전력망 건설 일정과 지역별 수요를 철강사가 사전 파악하게 되면 생산·물류 계획을 최적화해 공급 차질을 줄일 수 있다. 이는 전력망 사업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자재 수급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 철강업계에 돌아온 기회…“전력 인프라의 전략 파트너로”
업계에서는 이번 협약을 철강사가 단순 소재 공급을 넘어 전력 인프라의 전략 파트너로 역할을 넓히는 출발점으로 평가한다. 전력망 확대, 노후 송전탑 교체, 산업단지·데이터센터 전력 인입 등은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해 결과적으로 산업강재 수요의 ‘안정판’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이번 MOU를 계기로 차세대 송전철탑용 고부가 강재 개발과 공급 능력 강화에 속도를 내며 에너지 전환 시대의 핵심 소재 기업으로 입지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김성민 현대제철 산업강재영업사업부장은 “재생에너지가 해안에서 생산돼 수도권과 내륙 산업단지까지 안전하게 도달할 수 있도록 고품질·저탄소 앵글을 적기에 공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