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콘 (사진=CJ ENM)
“일본 나고야돔에서 ‘2019 MAMA’를 개최하는 엠넷마마를 강력히 규탄합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같은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인이 언급한 ‘2019 MAMA(Mnet Asian Music Awards)’는 CJ ENM이 매년 한국과 일본, 홍콩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서 개최하는 이른바 ‘아시아 그래미’ 격의 음악 시상식이다.
■ 한?일 관계 긴장국면, 정치이슈로 치부…국민감정 무시한 처사 ‘질책’
2012년 시작 이래 7년 동안 이어져오면서 명성을 다지고 있는 이 행사를 CJ ENM은 올해 일본 나고야돔에서 단독 개최한다고 밝혔다. 주요 개최지 중 한 곳인 홍콩이 반중시위로 인해 안전이 위협 받을 것이라고 판단, 장소를 일본으로 옮긴 셈이다. 그것도 단독 공연으로 말이다. 한일관계 악화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단독 개최’ 결정은 국민감정을 부추기는 처사다. 또한 ‘왜 단독 개최에서 한국은 제외됐나?’라는 질문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해당 보도 이후 인터넷상에서는 적절치 않은 ‘초유의 결정’이라는 의견이 이어졌다. 언론보도 역시 CJ ENM의 이 같은 결정에 반감을 부추기는 방향인 상황에서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셈이다.
‘2019 MAMA’ 일본 개최 발표 후 이 같은 반응을 CJ ENM 측도 예상 못한 바는 아니다. CJ ENM 관계자들은 일본 단독 개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정치이슈와 민간이슈를 분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CJ ENM 측의 입장과 달리 한일관계 긴장국면을 정치이슈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일면 국내 팬들의 ‘감정’을 무시한 처사라고 확대해석도 가능하다. 국민들은 연령을 불문하고 일본 수입품 뿐 아니라 일본산 원료가 사용된 제품까지 불매운동리스트에 올렸다. 이런 마당에 CJ ENM의 결정이 국민 정서를 무시했다는 의견도 무리는 아니다.
■ 매년 성장세 ‘케이콘’에 불똥, 전범기업 도요타서 최대 후원 받는다?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국민청원 뿐 아니라 CJ ENM이 일본, 미국 등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케이콘(K-CON)’에까지 불똥이 튀고 있는 분위기다. ‘케이콘’이 전범기업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고 거론되고 있는 지경이다.
케이콘은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공연에 사상 최대인 5만3000 관객을 모았다. 201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서 처음 시작한 케이콘은 북미, 유럽,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지역을 확대하며 지금까지 모두 75만 명에 가까운 누적 관람객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 도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케이콘(KCON) 2019 재팬(JAPAN)’에는 8만8000 명이 몰리면서 일본 팬 규모만 5배 이상 성장했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주류가 되어 가고 있는 ‘케이콘’에 후원을 하려는 해외 기업들도 줄 서 있다. 애플뮤직, 텀블러, 콰이, 워너브라더스, 맥도날드 등 글로벌 기업들이 ‘케이콘’을 후원하고 있다. 이중 도요타는 몇 년 전부터 ‘케이콘’을 전폭 후원하면서 메인 협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 때문에 ‘케이콘’도 도요타에 대한 전폭적인 홍보를 멈출 수 없다.
문제는 도요타가 전범기업으로 분류되고 있다는 점이다. 도요타는 한일 전쟁 때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군용차 공급 역할을 했다. 소극적인 대처였다고 보기에는 후지중공업과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후지중공업은 국내에서 자동차 스바루로 잘 알려져 있는 회사다. 스바루의 전신은 나카지마비행기라는 1급 전범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군용기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서 공급했다는 점에서 한국민들의 반감이 큰 회사다.
도요타는 2000년대 중반과 후반에 후지중공업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현재는 사실상 후지중공업이 도요타 산하로 편입된 상태다. 이 같은 도요타가 한국 기업인 CJ ENM의 시그니처 공연인 ‘케이콘’의 메인 협찬사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9 MAMA’ 나고야돔 단독 개최를 규탄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한 마당에 국민 감정이 증폭될 경우 CJ ENM의 시그니처 공연에 대한 타격이 줄줄이 이어질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다.
청원인은 CJ ENM의 결정에 대해 “오직 돈만 쫓아가는 극상업주의를 추구하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일본 나고야 돔에서의 개최인가?”라고 반문했다.
나고야는 지난달 평화의 소녀상을 ‘아이치트리엔탈레 2019’에서 철거하도록 요구한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