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은행 때리기' 국면 속에서 전국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인선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민관 출신의 경합이 예상됐으나 최근 은행권 전반이 정부와 정치권 압박을 강하게 받으면서 관(官) 출신 인사로 무게 추가 기우는 형국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오는 10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2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정한다. 김광수 현 은행연합회장의 임기는 이 달 말까지다. 회추위는 지난주 1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선정 절차를 논의했다. 회추위는 현직 회장과 11개 회원사 은행장으로 구성되며, 회추위 위원들은 1명씩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차기 회장 선출을 두고 민관 출신들이 경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갑질', '독과점' 발언이 나온 이후 관(官) 출신 인사로 급격히 무게 추가 기우는 형국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장의 임무가 은행권의 권익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인데 대통령이 앞장서서 은행을 공적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대관 설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며 "관의 생리를 아는 인사가 아무래도 관을 설득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우선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 중이다. 행시 27회인 윤 전 행장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IMF 상임이사, OECD 대사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낸 후 기업은행장으로 이동해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이력을 갖췄다. 그는 한덕수 총리의 신임이 깊어 현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지만 권성동 의원 등 윤핵관의 반대로 임명이 무산된 바 있다. 한 총리가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까지 하면서 감쌌지만 역시나 전 정부 핵심인사라는 '허들'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한 총리가 지난해 8월 기업은행 창립 6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힘을 실어주는 등 현 정부내에서도 입지가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공기관의 정례 기념식에 행정부 2인자인 총리가 참석한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 총리가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는 반면, 윤핵관은 총선을 앞두고 개혁의 대상이 돼 입지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다만 대통령실과 내각이 대규모 인사개편을 앞두고 있어 다른 자리가 예정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료 출신으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된다. 행시 28회인 정 전 원장은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을 맡았다. 다만 민간 CEO 경력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이 밖에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손병환 전 NH농협금융 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회추위는 후보 추천 과정을 거쳐 오는 27일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 이후 23개 정회원사가 참여하는 사원총회 의결을 통해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사진=은행연합회 홈페이지

대통령의 ‘은행 때리기’...차기 은행연합회장 ‘官’출신 무게

윤종원, 정은보, 조준희 등 하마평
민출신 조용병, 손병환, 허인 등도 거론
11월말 정기이사회 거쳐 선임

최중혁 기자 승인 2023.11.07 15:43 | 최종 수정 2023.11.07 15:44 의견 0

정부의 '은행 때리기' 국면 속에서 전국은행연합회 차기 회장 인선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민관 출신의 경합이 예상됐으나 최근 은행권 전반이 정부와 정치권 압박을 강하게 받으면서 관(官) 출신 인사로 무게 추가 기우는 형국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오는 10일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 2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군을 선정한다.

김광수 현 은행연합회장의 임기는 이 달 말까지다. 회추위는 지난주 1차 회의를 열고 차기 회장 선정 절차를 논의했다. 회추위는 현직 회장과 11개 회원사 은행장으로 구성되며, 회추위 위원들은 1명씩 후보 추천이 가능하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차기 회장 선출을 두고 민관 출신들이 경합하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지난주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 '갑질', '독과점' 발언이 나온 이후 관(官) 출신 인사로 급격히 무게 추가 기우는 형국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연합회장의 임무가 은행권의 권익과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인데 대통령이 앞장서서 은행을 공적으로 언급한 상황에서 대관 설득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며 "관의 생리를 아는 인사가 아무래도 관을 설득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우선 윤종원 전 IBK기업은행장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 중이다. 행시 27회인 윤 전 행장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IMF 상임이사, OECD 대사 등을 거친 정통 관료 출신. 문재인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을 지낸 후 기업은행장으로 이동해 반민반관(半民半官)의 이력을 갖췄다.

그는 한덕수 총리의 신임이 깊어 현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국무조정실장에 내정됐지만 권성동 의원 등 윤핵관의 반대로 임명이 무산된 바 있다. 한 총리가 '대체할 사람이 없다'고까지 하면서 감쌌지만 역시나 전 정부 핵심인사라는 '허들'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한 총리가 지난해 8월 기업은행 창립 61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며 힘을 실어주는 등 현 정부내에서도 입지가 강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공공기관의 정례 기념식에 행정부 2인자인 총리가 참석한 자체가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한 총리가 대통령의 신임을 얻고 있는 반면, 윤핵관은 총선을 앞두고 개혁의 대상이 돼 입지가 줄어든 상황"이라며 "다만 대통령실과 내각이 대규모 인사개편을 앞두고 있어 다른 자리가 예정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관료 출신으로는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거론된다. 행시 28회인 정 전 원장은 기재부 차관보, 금융위 부위원장 등을 거쳐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을 맡았다. 다만 민간 CEO 경력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꼽힌다.

이 밖에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손병환 전 NH농협금융 회장, 허인 KB금융지주 부회장, 김병호 베트남 HD은행 회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회추위는 후보 추천 과정을 거쳐 오는 27일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 이후 23개 정회원사가 참여하는 사원총회 의결을 통해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사진=은행연합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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