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서 한용호 공정거래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이 제일건설의 부당지원행위 제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일건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철퇴를 맞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추첨으로 공급한 공공택지에 계열사를 동원해 벌떼입찰에 나선 뒤 낙찰받은 택지 일감을 총수일가에 몰아줬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제일건설이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면서 총수일가 소유의 계열회사인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에게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의 최대주주 유재훈과 그의 배우자 박현해 등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부터 제이제이건설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건설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시행사업) 및 건설(시공사업)을 주력사업으로 삼고 ‘벌떼입찰’ 등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에 ‘풍경채’라는 브랜드의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을 영위했다. 추첨 방식으로 공급하는 공공택지 분양 입찰에 다수의 계열사 및 비계열 협력사를 동원해 입찰에 나선 것이다.
공정위는 그룹 내에서 제일건설이 아파트 시공사업을 단독 수행할 수 있는 신용등급과 시공능력을 갖춘 유일한 건설사로 그룹 차원에서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사실상 독점적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봤다. 반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이 제일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소규모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수준에 불과해 아파트 건설공사를 수행할 시공역량이 없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건설은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 총 7건(제이제이건설 4건, 제이아이건설 3건)에서 합리적인 사유 없이 제이제이건설 또는 제이아이건설을 공동시공사로 선정해 공동도급 계약을 체결하고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제공했다.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이 건설실적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증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지원행위로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위반기간 동안 각각 시공매출 1574억원, 848억원을 거뒀고 시공이익도 138억원, 107억원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건설의 지원행위로 거둔 시공매출이 총시공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이제이건설은 83.3%, 제이아이건설은 49.3%에 육박했다.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제이제이건설은 20.9%, 제이아이건설은 12.8%에 달했다.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이 사건 지원행위를 통해 상당한 규모의 건설실적을 확보함으로써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양 사는 공공택지 1순위 청약자격 요건인 3년간 300세대 주택건설 실적을 손쉽게 충족시킬 수 있었고, 실제로 각각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되기도 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총수일가가 소유한 계열회사에 합리적 사유없이 상당한 규모의 아파트 공사 일감을 몰아주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부당지원행위를 제재한 사례"라며 "특히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 기업집단에서의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자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