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건설 사옥 (사진=계룡건설)
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민간참여사업(민참) 시장에서 계룡건설산업이 사실상 '수주왕'으로 굳어졌다. 최근 계룡건설은 대전 동구 소제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추정 공사비 약 1조1700억원으로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되면서 연말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수도권·충청권 주요 사업장을 잇달아 확보한 계룡건설은 올해 민참사업에서 최다 수주 건설사라는 타이틀까지 확보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지난 20일 계룡건설 컨소시엄(계룡 40%, DL이앤씨 28%, 중흥토건·금호건설·극동건설·한림건설 등 참여)을 대전 소제지구 우선협상자로 공식 확정했다. 이 프로젝트는 35만㎡ 부지에 3867가구의 공동주택과 문화공원·근린시설을 조성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단일 민참사업 기준 올해 최대 규모다. 전 블록이 LH 기준점수를 상회해 사업 안정성도 확보됐다는 평가다.
계룡건설은 이 사업을 포함해 올해 LH 민참 누적 수주액이 약 1조1876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행복도시, 과천 갈현지구, 고양 창릉지구 등에서도 우협·시공권을 확보하며 '사업장 수 최다 수주' 기록도 세웠다. 업계에서는 "계룡건설이 중견사 중 컨소시엄 주도력과 사업기획 역량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LH에서 구체적으로 민참 수주 기업 순위를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건설사들이 발표한 공공 수주 발표 등을 통해서 봤을 때 수주왕은 계룡건설산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LH 관계자는 "국정감사 때도 국회의원 중에서 공공 수주 건설사를 업체별로 정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컨소시엄이나 도급형태도 다양해서 분리하기가 어려워 제출할 수 없었다"고 했다.
■ 계룡 이어 금호·DL이앤씨도 약진 3강 구도
DL이앤씨와 금호건설도 계룡건설에 이어 올해 LH 민참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DL이앤씨는 LH 광명시흥지구(약 8120억원) 단독 수주와 대전 소제 지분(28%)을 포함해 약 9000억~95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수익성 중심 선별 수주 전략과 대형 공공사업 집중 전략이 올해 성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금호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경기도 남양주시 남양왕숙 공공주택지구(왕숙지구) 내 '남양주왕숙 3-2차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의 조감도. 이 사업에서 금호건설은 52.5% 지분으로 컨소시엄 대표사로 참여해 사업 전체를 총괄하며 이수건설, BS한양, 이에스아이 등이 공동 사업자로 참여한다. (사진=금호건설)
금호건설도 공공주택 확대 국면에서 두드러진 수혜를 입었다. 의왕군포안산(7247억원), 남양주 왕숙(5986억원), 하남 교산(2570억원) 등 주요 공공택지에서만 약 1조5000억원대 수주 실적을 올렸다. 상반기 주택·공공부문 합산 실적도 1조5000억~1조6000억원 수준으로 집계되며 업계에서는 "3기 신도시 국면을 대표하는 수혜 건설사"로 평가되고 있다.
LH·GH·SH가 11월 기준 집계한 누적 수주 통계에서도 계룡건설·금호건설·DL이앤씨·동부건설·중흥토건 등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민참 전체 시장 규모는 약 8조~11조원으로 추정된다.
■ 제도 변화로 컨소시엄 재편…"내년 경쟁은 더 치열"
올해 LH 민간참여사업(민참) 시장에서는 LH의 사업 방식 전환이 건설사들의 경쟁 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LH가 '직접정산제'와 '도급형' 방식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면서 과거에는 민간 건설사가 직접 부담했던 부지조성비와 공사비 정산책임을 LH가 더 많이 맡게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업의 위험과 비용 부담이 줄어들자 사업의 기획과 설계, 비용 배분을 주도할 수 있는 대형·중견 건설사가 중심이 되어 컨소시엄을 꾸려 대규모 사업을 따내는 사례가 확산됐다.
특히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기존처럼 단독 진입이 어려운 대형 프로젝트에 컨소시엄 소속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여러 건설사가 필요에 따라 연합을 맺고 협력하는 기업 간 팀플레이와 전략적 조합이 올해 민참시장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 꼽힌다.
대전 소제지구가 바로 이런 제도 효과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분할공구와 협상 결렬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올해 LH가 사업을 한 번에 발주하고 직접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을 도입하자, 계룡건설 중심의 컨소시엄이 빠르게 선정되며 사업 구조와 경쟁 구도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안정되면서 대형 민참사업 수익성에 대한 불안이 크게 줄었고 경쟁도 단순 시공능력이 아니라 실제 설계와 기획력, 사업제안력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는 민참사업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면 대형 건설사의 주도권 경쟁과 중견사의 생존 전략, 중소사 협력체제 강화까지 다층적인 경쟁 구도가 펼쳐질 것"이라며 "컨소시엄의 지분 구조와 비용 설계, 공사 품질관리 체계 고도화 등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대규모 사업 수주가 바로 실질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컨소시엄 내 수익 배분 체계라든지, 자금·조달 구조, 품질관리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 계속 필요하다는 우려도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내년 135만호 공공주택 공급을 앞두고 있는데, 공공사업 비중이 커질수록 리스크 관리와 기업 간 상생 모델 구축도 꾸준히 해결해야 할 중장기 과제가 될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