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수 GS 회장 (사진=GS그룹)
■ ‘아름다운 분리’ 이후…눈부신 10년, 그 후의 침체
LG그룹에서 독립한 지 20년, GS그룹은 외형적인 세대교체에는 성공했지만, 성장 엔진은 둔화되고 있다. 성장의 시계가 느려지면서 승계의 시계는 점점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차세대 리더의 등장 여부는 GS의 미래를 가를 중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005년, 허창수 명예회장은 LG그룹에서 정유, 유통, 건설 부문을 떼어내 GS홀딩스를 출범시켰다. LG정유(현 GS칼텍스)는 전국 2900여 개 주유소를 보유한 1위 사업자였고, LG유통과 LG홈쇼핑도 각각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GS는 자산 18조 원에서 58조 원으로 급성장하며 ‘계열 분리의 성공 사례’로 불렸다. 그러나 2014년 이후 성장세는 정체되기 시작했다. 2023년 GS의 총자산은 80.8조 원으로, 2014년 대비 38% 증가에 그쳤으며, 연평균 성장률은 3.3% 수준에 머물렀다.
2024년 GS칼텍스 시장 점유율은 21.8%로 2022년(22.7%)부터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를 앞세운 S-OIL에 점유율 1위 자리도 내줬다. 한때 ‘프리미엄 아파트’의 대명사였던 자이(Xi)는 하자 문제로 ‘하자이’, ‘순살자이’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외형 성장은 이뤄냈지만, 질적 성장과 미래 먹거리 확보에는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미래 신성장 과제 안고…이제는 4세의 시간
2019년 12월 취임해 올해로 6년째 GS를 이끌고 있는 3세 허태수 회장은 1957년생으로 M&A(인수합병)를 활용해 그룹을 키워왔다. 아직 두드러진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디지털 전환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4세 승계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변화와 도전’이라는 창업 정신을 기반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GS에 완만한 세대교체는 꼭 필요한 작업이다.
허태수 회장은 슬하에 아들이 없다. GS는 여성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허창수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허태수 회장이 막내동생인 것으로 미뤄볼 때 장자 승계가 원칙은 아니다.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GS는 가족 회의를 통해 그룹 회장이 정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력한 후보로는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장남 허세홍 GS칼텍스 사장과 허창수 GS건설 회장(GS그룹 명예회장)의 외아들 허윤홍 GS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꼽힌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은 ‘허정구계’,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허준구계’의 대표주자다.
허세홍 사장 (왼쪽) 허윤홍 사장 (오른쪽)
■ 양강 구도 경영 레이스 ‘능력 검증’ 관건
허만정 창업주의 장남인 허정구계는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허서홍 ㈜GS 부사장 등이 있다.
3남인 허준구계에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윤홍 GS건설 사장 등이 속한다. 초대 회장인 허창수 회장과 현재 회장인 허태수 회장 모두 허준구계 3세다.
지주사 GS의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4세는 허준홍 사장(3.44%)이다. 이어 허세홍 사장(2.37%), 허서홍 부사장(2.15%), 허철홍 대표(1.37%), 허윤홍 사장(0.53%) 순이다. 허정구계 14.89%, 허준구계 16.24%로 비슷하다.
GS는 오너 일가 다수가 지분을 골고루 나눠 갖는 구조인데다가 명확한 승계 원칙도 없어 후계구도 예측이 더욱 어렵다. 허태수 회장이 위로 형 세 명을 건너뛰고 회장이 된 것으로 미뤄보면 4세 경영 레이스 승리를 위해 중요한 요건은 ‘경영 능력’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로 부임한 이후 해외 진출과 모바일쇼핑 사업 확장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새 성장동력 발굴에 혁신적인 역할을 했다.
이제 GS의 리더십은 다시 한번 전환점을 맞고 있다. 4세 경영 후보자들이 얼마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질적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왕좌의 게임’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