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래에셋증권(왼)과 한국투자증권 전경)
40% vs 36%.
증권주들의 화려한 랠리 속 증권 'Top2'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한국금융지주)의 최근 1개월 상승폭이 팽팽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주주환원 강화 분위기가 짙어지는 가운데 양사가 주가 부양에 대한 서로 다른 접근법을 펼치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엇비슷한 주가 상승세라는 점 역시 시장내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 '주가 부진 난제 풀어낸' 미래에셋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전일 종가 기준 최근 1개월간 40.4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단기간 이 같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5년 대우증권 매각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등했던 때를 제외하면 처음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상승 배경은 명확하다. 그간 해외부동산 리스크 확대 등으로 짓눌렸던 실적 부진을 거둬내고 1분기 양호한 성과를 달성한 영향도 있겠지만 증권가에서 주목하는 미래에셋증권의 투자 매력은 단연 주주환원정책이다.
지난해 주주환원율을 40%까지 끌어올린 미래에셋증권은 오는 2026년까지 매년 자사주 1500만주 소각을 약속하는 등 중장기 목표를 뚜렷히 세웠다. 지난해 허선호 부회장에 이어 지난 3월 김미섭 부회장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경영진의 주가 부양에 의지도 눈에 띈다.
특히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방침을 언급하면서 시장 반응이 한층 극대화된 측면도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자사주 소각은 주가 부양에 가장 직접적인 효과를 불러온다. 기업 재원을 활용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이를 소각함으로써 유통 주식수가 줄어들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현재까지 미래에셋증권이 소각한 주식 규모는 총 2750만주, 2203억원 규모로 업계 최대 규모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연간 주주환원율로 조정 당기순이익 기준 35% 이상, 보통주 1500만주 및 2우B 100만주 이상 소각 등 미래에셋증권의 주주환원 강도는 타사대비 높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1분기 실적 개선, 종합투자계좌(IMA) 진출 가능성까지 더해지며 증권가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 최근 대다수 증권사들이 미래에셋증권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한다. 지난 2021년 박현주 회장조차 “주가 부진에 상당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했을 만큼 미래에셋에게 주가 부양은 난제 중에 난제였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견조한 WM(브로커리지 포함) 및 해외법인 실적, 해외상업용부동산 손실폭 감소에 따라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연기금과 기관 매수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고객 중심' 방향성으로 맞춤형 투자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자본없이 성장 없다'는 한투
이 같은 관점에서 한국투자증권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에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한국투자증권은 2024년 당기순이익 1조1189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대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지난 1분기에도 시장의 예상을 훌쩍 웃돈 4584억원의 지배주주순이익을 달성했다.
밸류업 정책 강화 흐름 속에서 회사가 이익을 확대해가는 만큼 주주환원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더구나 여타 금융지주사들과 함께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면서 밸류업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한국투자증권은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어떠한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성장을 위해선 자본이 필요하다”는 기본 입장만 밝혔을 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이 정도 벌었으면 주주환원 좀 하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음에도 주가는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52주 신고가를 경신한 한국금융지주는 15일 장중 고점을 다시 한번 높였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주주환원정책 확대가 주가 부양을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데 대해 공감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주 협력주의’를 표방하는 라이프자산운용의 이채원 의장은 “주주환원정책보다 먼저 짚어봐야 할 포인트는 기업이 지속 성장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했는지 여부”라고 설명했다. 이 의장은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이 줄고 주가수익률(ROE) 유지가 어려운 기업이 현금을 활용해 자사주 매입 등에 나선다면 주주환원의 방안이 되겠지만 수익 창출 능력이 탁월하고 투자 확대를 위한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게 자사주 매입 및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MA를 비롯해 금융당국이 강조하는 증권사들의 사업 영역 대부분은 자기자본을 활용한 이익 창출이 핵심”이라며 “한투 입장에선 현재 갖추고 있는 수익 구조를 활용해 기업을 성장시키는 것이 주가 부양의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해왔다.
다만, 회사 전략과 방향에 대해 주주들에게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부분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남구 회장은 지난해 “정부의 지침이 결정된 이후 새로운 주주환원책에 대해 고민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강승건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주환원 확대보다 성장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추진한다면 이를 발표해 투자자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채원 의장 역시 “주주들에게 메시지를 주고 정체성을 밝히는 것도 상장기업의 의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