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 2025에서 강연 중인 한재민 넥슨코리아 기획유닛 리더. (사진=백민재 기자)
한재민 넥슨코리아 기획유닛 리더가 25일 넥슨 사옥에서 진행된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25)에서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한재민 리더는 이날 NDC 2025에서 ‘38만년을 1주로? - AI를 활용한 캐릭터 밸런스 디자인’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과거 참여했던 수집형 RPG 프로젝트 ‘아르젠 트와일라잇’에서 AI를 캐릭터 밸런싱에 활용한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수집형 게임의 전투에서는 다양한 조합 중심의 캐릭터 밸런스가 중요하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것인데, 문제는 전부 테스트하기에는 캐릭터가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젠 트와일라잇’의 경우 소프트론칭 기준 캐릭터는 300종에 달했다. 300종의 캐릭터로 덱과 아이템 등을 조합할 때, 가능한 조합의 개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는 “가능한 조합의 수는 200억 개가 넘었고, 모든 캐릭터를 1분씩 테스트하면 약 38만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프로젝트에서는 기획자의 직감으로 밸런스를 결정하게 된다”면서 “하지만 이런 경우 기획 의도를 벗어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AI를 활용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수많은 경우의 수룰 반복적으로 테스트하는 것은 AI가 가장 잘 하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한 리더는 “다양한 조합을 검증하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모델을 구성해야 했다”며 ‘데이터 정규화’, ‘결정론적 락스텝 도입’ 등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이렇게 시뮬레이션을 해도 1000만 판이 필요하고 420시간이 걸린다”며 “AWS 기반 머신 20대를 활용해 분산환경을 구성했다”고 전했다.
이후 캐릭터를 표준화하고, ‘덱 스크리닝’을 통해 의미 없는 조합은 시뮬레이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더불어 이전 결과에 따른 점수를 부여해 조합별 우선 순위를 학습시켰다. 그는 “10개의 콘텐츠에 대해 80만개의 서로 다른 조합을 10회씩 전투를 진행했다”며 “20대의 머신으로 분산 테스트를 하면 1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는 ‘메타 스코어’라는 캐릭터 성능 점수를 도입했다. 이는 유저들이 공유하는 캐릭터 티어표와 비슷한 개념이다. 승리 조합에 많이 참여한 캐릭터, 승률, 클리어 타임, 기여도 등 4가지 요소를 합산해 메타 스코어를 부여했다. 그는 “실제 체감되는 성능과 메타스코어가 다를 수 있어, 가중치와 배점 고민했다”며 “지표별 순위 기반에 따른 상대 평가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한 리더는 “밸런스 디자이너로 처음 참여했을 때는 막막하기만 했다”며 “기술보다는 게임을 열심히 하면서 시스템과 콘텐츠를 파악했고, 그 결과 사내 테스트에서도 1등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게임을 열심히 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해당 메타 스코어가 게임에 잘 맞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게임을 열심히 한 것이 AI 밸런싱을 잘 도입할 수 있는 가장 큰 노하우”라며 “시뮬레이션 결과는 판단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 최종 결정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뮬레이션 결과가 반드시 정답은 아니며, AI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이해가 핵심”이라며 “데이터 아무리 잘 뽑아내도 그걸 잘못된 방향으로 해석하면 무용지물”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