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본격적인 실적 시즌에 돌입한다. 올해 들어 유례없는 랠리를 펼쳤던 증권주들은 급등에 대한 부담에 잠시 숨고르기 국면에 들어섰다. 하반기에도 증시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실적 관전 포인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한국투자증권, 연간 순익 2조원 도전?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키움증권을 시작으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들의 실적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이중에도 눈길을 끄는 것은 내달 6일과 7일 나란히 실적 발표를 앞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다.

양 사는 박현주-김남구라는 오너가 이끄는 핵심 증권사로 최근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인가 등을 놓고도 경쟁 중이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상대사에 대한 리포트를 시발점으로 경쟁 구도가 부각되는 해프닝이 생길 정도로 숙명적 라이벌 관계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의 2분기 당기순이익은 3536억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대비 53.6% 급증한 수준으로 증가폭도, 이익 규모도 업계내 압도적인 선두에 해당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이후 2020년과 2022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현재의 성장폭을 감안한다면 한국투자증권은 단순히 1위를 넘어 2025년 연간 기준 2조원대 영업이익 달성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전년대비 37.6% 증가한 2664억원의 당기순이익이 예상된다. 예상치 대로라면 한국투자증권(8018억원)과 미래에셋증권(4846억원)의 상반기 당기순이익 격차만 3200억원 가까이 벌어지게 된다.

최근 수년간 해외부동산 투자 손실 등의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어온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분기부터 회복세에 진입했다. 특히 전체 12조원 규모의 자기자본 중 40% 이상을 투자하며 주력하고 있는 해외법인에서의 본격적인 성장 확대가 향후 실적 개선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미래에셋은 2027년까지 해외법인에서 5000억원 이상의 이익을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중립' 브레이크 잡힌 미래에셋, ROE가 '관건'

관건은 시장의 평가다. 양 사 주가는 3개월간 90%에 육박하는 랠리를 보인 이후 숨고르기 중이다. 증권가에선 정부 정책에 따른 수혜 전망 등 단순 기대감에 기댄 랠리가 실적 시즌을 기점으로 차별화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최근 한달여 사이에 5개 이상의 증권사들이 잇따라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리며 사실상 ‘브레이크’가 잡힌 상태. 설용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실질적인 이익 체력 개선 추정치를 상회하는 과도한 기대감”이라며 “현재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기 위해서는 낮은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자본 활용의 효율성 측면의 제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ROE는 미래에셋증권에게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지난 1분기 기준 미래에셋증권의 연환산 ROE는 8.5%로 1년 전 2%대에 불과했던 데 대비 개선에 성공했으나 한국투자증권이 지난 1분기 17.5%의 ROE를 달성한 데 이어 2분기 20%대 돌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가장 적극적인 주주환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2030년까지 매년 보통주 1500만주 이상, 총 1억주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신정부 출범을 전후로 시장으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끌어냈다. 8000원대 묶여 있던 주가는 지난달 25일 2만5350원이라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증권 대표주로 인식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는 이와 대조적인 정책을 고수 중이다. 김남구 회장은 지난 5월 밸류업 공시를 통해 2030년 ROE 15% 이상, 자기자본 15조원 이상을 제시하면서 5년 간 50% 가량 자기자본을 더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이익 증가와 ROE 상승을 통해 배당 및 주가 상승으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이 부진했다기보다는 한국투자증권이 워낙 빠른 속도로 치고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주주환원정책이 궁극적으로는 주주들의 이익 증대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정답만 있는 문제는 아니다”면서 “한투가 이번 실적을 기점으로 주가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