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주요 대형 건설사들의 실적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데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실적 반등에 성공했지만 중대재해와 품질 논란 등 잇단 악재가 발생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삼성E&A도 잠정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영업이익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GS건설, DL이앤씨, 삼성물산, 대우건설 4곳은 이달 말 실적 공개를 앞뒀다. GS건설과 DL이앤씨는 영업이익 증가가 예상되지만,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은 전년대비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등 건설사 로고와 관련 이미지 (사진=각 사, 손기호)
■ 현대건설, 고원가 터널 벗어나 '수익 회복' 가속...중대재해·올파포 품질은 악재
현대건설은 이달 18일, 2분기 연결 영업이익 2170억원을 발표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7.3% 늘어난 수치다. 매출은 7조7207억원으로 10.4% 줄었지만, 비용 부담 완화로 수익성은 명확히 개선됐다는 평가다. 지난 2022~2023년 고원가 프로젝트가 순차 종료되면서 원가 부담이 줄었다. 누적 상반기 원가율도 전년 대비 1.4%포인트 낮아진 93.5%로 집계됐다.
해외 사업도 순항 중이다. 사우디 아람코 아미랄 프로젝트, 파나마 메트로 3호선 등 대형 해외 현장이 안정적 진행을 보인다. 이와 함께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 데이터센터 등 친환경·디지털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축·주택 부문에서 원가율이 크게 개선됐다. 해외 주요 현장의 수익성도 회복된 상황"이라며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현대건설은 2분기 실적이 개선됐지만 최근 현장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또한 '올림픽파크포레온' 아파트 단지에서 대형 균열과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안전과 품질 관리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어 실적 반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안정 속 성장… 하반기 수주 확대 기대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5일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 늘어난 73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서울원 아이파크' 등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며 주택 중심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원가율 개선과 분양가 회복 효과가 맞물려 하반기에도 안정적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GS건설은 오는 30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은 약 1065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전년 대비 약 14% 늘어난 수치다. 영국 자회사 엘리먼츠 유럽 청산 과정에서 손실 부담이 있지만, 메이플자이·철산자이 등 국내 도급 주택사업 실적이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시정비 부문에서 강한 입지를 유지하며 하반기 신규 수주 확대가 견조한 실적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에 나선 송파한양2차 (사진=HDC현대산업개발)
■ DL이앤씨, 구조적 체질 개선…'반등' 기대감
DL이앤씨도 오는 31일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의하면 2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약 1093억원대로 예상된다. 전년 동기 326억원 대비 약 235% 늘어난 수치다. 지난 1분기 810억원 대비해서도 증가한 것이다.
이 회사는 과거 수익성을 제한했던 저수익이나 비효율 프로젝트들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로 인해 전체 이익률 체질이 개선되는 효과가 크다는 평가다. 특히 환경·플랜트 부문에서 하수처리, 탈질설비, 수처리 등 친환경 EPC(설계·조달·시공 일괄 수행) 사업의 수익성이 뚜렷하게 상승하고 있다.
더불어 LNG 기지 건설이나 화학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EPC 사업도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부문 수주 증가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기여해 중장기적 수익성 기반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이익률 개선과 포트폴리오 다변화 덕분에 DL이앤씨의 실적 회복은 단기적인 반등을 넘어 구조적인 전환점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삼성E&A, 정산 이익에도 매출 감소…하반기 반등 노려
삼성E&A는 지난 23일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2분기 매출 2조1780억원, 영업이익 1809억원, 순이익 141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8.9%, 영업이익은 31.1%, 순이익은 31.0% 감소한 수치다. 다만 원가 개선과 정산 이익 반영 덕분에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상반기 누적 실적은 매출 4조2760억원, 영업이익 3382억원, 순이익 2989억원이다.
하반기부터는 사우디 파딜리 가스 플랜트 등 중동 대형 프로젝트의 매출 반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UAE 등 주요 시장에서 신규 수주 확대도 예고됐다. 또한 수소 기반 친환경 기술인 '컴퍼스H2' 상용화 추진 등 신사업 확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주잔고는 약 18조 2000억원 수준이다.
삼성E&A 관계자는 "정산 이익과 신규 수주 실적이 점차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한 만큼 하반기에는 반등 모멘텀 달성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 삼성물산·대우건설, 실적 둔화 전망…전략 보완 '절실'
삼성물산은 오는 30일 2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증권가 전망에 따르면 연결 영업이익은 약 8063억원, 전년 대비 10% 내외 감소가 예상된다. 이 중 건설부문 영업이익은 1900억~24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가파른 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둔화의 원인으로는 삼성전자 평택 P3,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FAB 등 국내외 대형 하이테크 프로젝트의 연이은 준공 종료를 비롯해 주요 플랜트 완료에 따른 매출 감소, 지난해 기록됐던 일회성 이익 소멸, 최근 신규 대형 수주의 부진 등이 꼽힌다. 그 밖에 하이테크 산업 내 물동량 감소와 기성(공사진척) 축소도 영업이익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은 올 상반기 중 도시정비사업(장위8구역, 방화6구역 등)에서만 5조7000억원이 넘는 신규 수주를 달성하며 연간 목표 5조원을 조기 초과 달성했다. 대형 프로젝트가 준공되면서 2분기 실적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신규 수주를 통해 향후 먹거리인 수주 잔고를 충분히 확보했다는 평가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하이테크, 태양광 등 주요 프로젝트의 준공으로 실적을 견인한 건설 부문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일 것을로 예상된다"면서도 "국내외에서 견조한 수주 실적과 주택 시공권 확보가 이어지고 있어 내년부터는 점진적인 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하이테크 프로젝트 물량 감소와 전반적인 내수 경기 침체 부담이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물산 개포우성7단지 재건축 제안 래미안 루미원 99A타입 거실 이미지. (사진=삼성물산)
대우건설도 같은 날 실적 발표가 예정됐다. 증권가에선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약 974억원, 매출 2조8215억원, 순이익 614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7.1%, 12.4%, 17.3%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과 토목 등의 기존 부문 매출은 견조하다는 평가지만, 수주 경쟁 심화와 원가 상승, 프로젝트 정산 지연 등이 성장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우건설은 하반기 실적 개선을 위해 해외 대형 프로젝트 수주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와 중동 등에서 예정된 인프라 발주에 대비해 경쟁력 있는 EPC 역량을 바탕으로 수주 성과 제고에 노력 중이다. 또한 국내 도시정비시장 신규 수주 확대 및 리스크 관리 강화로 수익성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