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위성 산업이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고 있다. 기존 국가 주도 방식의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에서 민간 기업 중심의 '뉴 스페이스(New Space)'로 패러다임이 급변하며, 우주 산업 전반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저궤도(LEO) 위성을 둘러싼 글로벌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기업과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New Space' 시대의 도래는 스페이스엑스(SpaceX), 블루오리진(Blue Origin), 플래닛랩스(Planet Labs) 등 민간 기업의 기술 혁신을 동력 삼아 이뤄졌다고 그로쓰리서치 성인제 연구원은 분석한다. SpaceX의 팔콘9 재사용 로켓은 발사 비용을 기존의 1/3 수준으로 낮추며 우주 진입 장벽을 허물었고, 이는 위성 발사 시장의 상업화를 가속화하는 촉매가 됐다.
아울러 챗지피티(ChatGPT) 출시 등 인공지능(AI) 기술의 진보는 위성 영상 분석 및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며 민간 수요를 급증시켰다. 단순한 정보 수집 수단에서 실시간 변화 감지와 해석이 가능한 '센서 네트워크'로 진화한 위성의 역할은 국방뿐 아니라 인프라, 재난 대응, 농업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저궤도 위성은 고해상도 영상 제공, 저지연 통신, 고빈도 관측이 가능하다는 기술적 이점을 바탕으로 차세대 통신 및 정찰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도 2000km 이하에 위치한 저궤도 위성은 기존 정지궤도 위성보다 빠른 데이터 전송과 넓은 커버리지를 제공해 오지·해양·극지뿐 아니라 군사 작전에서도 핵심 인프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은 각각 '스타링크(Starlink)'와 '첸판(天帆)' 프로젝트를 통해 자국 중심의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스타링크는 2030년까지 4만2000기 위성 운영을 목표로 하며, 현재 8090기가 궤도에서 70개국 이상에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파괴된 통신망을 대체하고 군사 작전에 활용되며 군사적 가치를 입증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2024년부터 첸판 프로젝트의 시험 위성을 발사하고 있으며, 수백 기 규모의 초기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저궤도 위성은 단순한 통신 수단을 넘어 전략 자산으로 평가되며 국가 안보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성인제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저궤도 위성 프로젝트가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군사, 경제, 정보 주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총체적 패권 경쟁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특히 저궤도 위성 통신이 제공하는 저지연·고속 통신망은 전시 상황뿐만 아니라 국가 기반 인프라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위성 산업의 밸류체인은 크게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업스트림(Upstream)'과 데이터를 처리·활용하는 '다운스트림(Downstream)'으로 나뉜다. 현재 Downstream 시장은 전체 위성 산업의 70~75%를 차지하며, 2024년 기준 약 474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된다. 지상국 네트워크와 GSaaS(Ground Station as a Service) 등 데이터 수신 기반의 서비스가 빠르게 확장 중이며, Maxar Technologies, Planet Labs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자체 위성을 기반으로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운영 중이다. Upstream 시장은 약 730억 달러 규모로, 위성·발사체 제조가 80%, 발사 서비스가 20%를 차지한다.
한국 기업들 중에서는 '컨텍'과 '쎄트렉아이'가 주목된다. 컨텍은 지상국 시스템 구축 및 GSaaS 네트워크 운영을 주력 사업으로 하며, 최근 카자흐스탄과 225억원 규모의 턴키 계약을 체결했다. 쎄트렉아이는 초고해상도 위성 SpaceEye-T를 통해 0.25m급 영상 데이터 상용화를 앞두고 있으며, 위성 영상 판매와 분석 서비스로 수익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통신위성과 관측위성의 실용성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명확히 입증됐다. 특히 관측위성은 군사 외에도 농업, 도시계획, 재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 가치를 발휘하며 고해상도 영상, 소형위성 군집 운용, AI 기반 분석 기술이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기술 혁신과 글로벌 패권 경쟁이 맞물리며 저궤도 위성을 중심으로 한 우주 산업은 향후 10년간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는 높은 인구 밀도에도 불구하고 낮은 위성통신 보급률과 인터넷 사각지대의 존재로 향후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핵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ESA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우주 산업에는 약 1400억 달러의 예산과 80억 달러의 민간 투자가 유입됐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 6% 증가한 수치로, 우주 국방 및 위성 활용 확대가 글로벌 투자 트렌드를 이끄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위성 산업은 이제 더 이상 특정 국가나 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간 기업, 신흥국 정부, 기술 스타트업 모두가 참여하는 글로벌 경쟁의 장이 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저궤도 위성이 자리하고 있다. 위성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더 높이 날고 있다.
■ 필자인 한용희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투자자산운용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SBS Biz, 한국경제TV 등에 출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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