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정기선 회장 (사진=HD현대)
HD현대가 창립 50주년을 맞아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오너 3세 경영체제를 공식화했다. 그룹의 재도약을 이끌어온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HD현대는 2025년도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고 17일 밝혔다. 정 회장은 권 명예회장에 이어 그룹의 새로운 리더로 HD현대를 이끌게 됐다.
정기선 회장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으로,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 기획실 재무팀으로 입사한 이후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이사 등을 거쳐 그룹 핵심 계열사 경영을 두루 경험했다.
그는 2016년 HD현대마린솔루션 설립을 주도, 시가총액 11조원 규모의 그룹 주력 계열사로 성장시켰다.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주도하며 건설기계 사업 기반을 완성했다. 최근에는 AI·디지털 혁신·친환경 원천기술 확보를 그룹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산업 대전환'에 대비한 체질 전환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정 회장은 임직원 복지와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일하고 싶은 회사, 꿈을 펼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비전 아래 자녀 1인당 1800만원의 육아 지원금 제도를 시행하고, 최고 수준의 사내 어린이집 드림보트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직급별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직접 소통하는 경영 방식을 도입하며 수평적 조직문화를 이끌고 있다.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 (사진=HD현대)
권오갑 직전 회장은 이번 인사로 명예회장으로 추대돼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앞으로도 경영 자문 역할을 이어가며 그룹의 지속 성장을 지원할 예정이다. 권 명예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41년 만인 2019년 회장에 오른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린다. 그는 2019년 HD현대의 출범과 그룹 체질 개선을 이끌며 재도약의 기반을 다졌다.
이날 인사에서 이상균 HD현대중공업 사장과 조영철 HD현대사이트솔루션 사장은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조영철 부회장은 HD현대의 공동 대표이사로 내정, 정기선 회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 예정이다. 권 명예회장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한다.
또한 금석호 HD현대중공업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이상균 부회장과 공동 대표 체제를 구성한다. 오는 12월1일 HD현대중공업에 통합되는 HD현대미포의 김형관 사장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로 선임돼 정 회장과 공동 대표를 맡는다.
건설기계 부문은 내년 1월1일 HD건설기계 통합을 앞두고 문재영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 송희준 부사장이 HD현대사이트솔루션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이번 인사는 조선·건설기계 통합을 앞둔 조직의 혼선을 최소화하고, 세대교체를 통한 미래 성장 기반을 확립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HD현대 관계자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통해 그룹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신·구 경영진의 조화를 통해 조선, 건설기계, 에너지 등 주력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성장 기반을 확실히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