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AI팩토리로 전환하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산업의 경쟁력이 ‘속도’에서 ‘정확도’로 옮겨가고 있다. 생산라인의 최적화, 설비의 예지정비, 물류의 효율화까지 이제는 AI가 판단하고 결정한다. 산업의 중심이 사람의 경험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경험보다 데이터···AI가 명령하는 공장

이제 숙련공의 경험보다 데이터의 판단이 더 신뢰받는 시대다. HD현대중공업은 용접·도장·탑재 등 고위험 공정에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조선소(Smart Yard)’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조선소에는 이미 AI 용접 검사 시스템과 드론 점검 장비가 투입돼 작업 정확도를 높이고 자동 운반로봇(AGV)이 부품을 실시간으로 옮긴다.

한화오션은 미국 협력 거점인 필리조선소를 ‘AI팩토리’로 전환 중이다. 내년까지 16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야드를 구축하면, 공정 자동화율이 70%까지 올라 인력을 4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거제 스마트야드의 80여 개 로봇이 이미 용접·가공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선급(ABS)과 공동 연구를 통해 기술 실증도 병행 중이다.

AI팩토리 도입은 경제적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선도사업 참여 기업들에 따르면 생산성은 평균 15~30% 향상되고, 유지보수비는 10~20% 절감됐다. HD현대중공업은 선체 유지보수 로봇을 AI로 제어해 효율을 80% 개선했고, GS칼텍스는 정유 공정의 불완전연소를 예측해 연료비를 20% 줄였다. 대덕전자는 AI 품질검사로 검사 시간을 90% 단축했다.

CJ대한통운은 국내 물류업계 최초로 AI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실증에 나섰다. 로보티즈와 협약을 맺고 AI 기반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AI)’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피지컬 AI는 디지털 환경을 넘어 실제 공간을 인식하고 행동하는 지능이다. 로봇의 관절·제어기·액추에이터(구동장치) 등 핵심 부품을 모듈화해 각 물류센터의 공정 특성에 맞춘 맞춤형 휴머노이드 구현이 가능하다. 단순 물류 자동화에서 ‘AI 학습형 물류’로, 이동 자체가 학습이 되는 구조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 전장 누비는 AI···완전 무인화, 자율 가동 가능

AI는 이제 공장을 넘어 ‘전장(戰場)’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 등 방산 3사는 ‘AI Defense for Tomorrow’를 주제로 ADEX 2025에 참가해 AI 기반 판단·교전 시스템을 전면에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배회형 정밀유도무기(L-PGW)’는 비행 중 표적을 AI로 감지·판단하고, 자폭드론을 분리해 타격하는 자율 무기체계다. 다연장로켓 ‘천무 3.0’에 적용돼 지대지·지대함 임무를 수행한다.

세계 최초의 유무인 복합 자주포 ‘K9A3’는 포탑 자동화로 운용 병력이 5명에서 3명으로 줄고, K9A3는 완전 무인화 된다. AI 기술을 적용해 1대 사격지휘장갑차 통제 하에 최대 3문까지 자율기동이 가능하다.

한화시스템의 ‘스마트 배틀십’은 전투체계(CMS), 기관제어(ECS), 함교(IBS)를 통합해 AI 기반 자동 표적 인식과 교전관리 기능을 구현한다. 또한 초고해상도 SAR 위성 영상과 AI 영상분석 기술을 결합해 적 탐지 능력을 극대화하고, 차세대 C2(Command & Control) 시스템으로 전장 지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 AI가 완벽해질수록···좁아지는 인간의 영역

AI는 이제 공정의 팔이 아니라 두뇌다. 사람의 손이 빠져나간 자리를 알고리즘이 채우고, 숙련 대신 학습이, 경험 대신 연산이 들어섰다. 과거의 공장이 ‘노동의 현장’이었다면, 이제의 공장은 ‘데이터의 현장이다.

문제는 손이 빠진 자리에 일자리도 함께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화는 효율을 높였지만 동시에 인간의 역할을 좁히고 있다. AI가 완벽해질수록 효율의 이면에는 ‘일자리의 공백’이라는 새로운 리스크가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