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준혁 넷마블 의장(사진=연합뉴스)

국내 굴지의 게임회사가 업계를 주름잡던 렌탈 업체를 인수한다면 어떤 그림이 펼쳐질까. 성격이 완연히 다른 두 기업이 뭉침으로써 어떤 형태의 산업이 창출될 수 있을까. 넷마블과 웅진코웨이의 이야기다. 넷마블이 웅진코웨이 매각 우선현상대상자로 선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넷마블이 웅진코웨이를 껴안고 펼쳐나갈 ‘빅픽처’에 산업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14일 웅진씽크빅 이사회를 열고 웅진코웨이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넷마블을 선정한다. 웅진그룹은 지난 3월 코웨이 지분을 MBK파트너스에서 1조 6832억원에 인수했지만 그룹 사정이 악화하자 지난 6월부터 재매각을 추진해왔고 넷마블은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웅진씽크빅이 보유한 웅진코웨이 지분 25.08%를 1조8600억원대 중반에 인수하겠다고 제시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 

업계에서조차 의아하게 바라보는 점은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 회사인 넷마블이 오프라인 생활업체인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려는 배경이다. 게임과 생활가전 및 용품 렌탈은 쉽게 접점을 찾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넷마블은 “게임산업 강화와 더불어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투자를 해왔고, 실물 구독경제 1위 기업인 웅진코웨이 인수 본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힌 상태다. 구독경제는 최근 글로벌에서 고속 성장 중이며, 넷마블이 게임사업을 통해 확보한 IT기술(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및 IT운영노하우가 구독경제와 접목된다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궁극적 목표는 ‘스마트홈 구독경제 비즈니스’로 발전시켜 넷마블의 안정적 성장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 여기에는 렌탈업체 1위인 웅진코웨이가 보유한 고객층과 노하우가 탄탄한 캐시카우로서의 역할로 모바일 게임 업계가 지닐 수밖에 없는 불안정성을 완충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 몫한다. 실제 웅진코웨이는 국내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렌털 시장에서 35%의 점유율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하고 있다. 738만개에 달하는 렌털계정에 방문판매 직원 수는 2만여 명이 넘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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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이 안고 가야 할 불안정성 역시 매출 부분을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지점이다. 넷마블은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지난 2017년 2조 4247억원으로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18년에는 매출이 무려 16.6% 감소했다. 그나마 올해는 지난해보다는 소폭 매출이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모바일게임 시장을 확대하거나 획기적 수익을 거두기 힘들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결국 AI등 IT기술을 보유한 넷마블이 안정적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웅진코웨이를 기반으로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스마트홈의 성장을 꾀하며 이상적 성장을 이뤄나가겠다는 빅픽처를 그리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번 웅진코웨이 인수 참여는 전적으로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의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전략을 능히 짐작케 한다.

다만 우려 역시 존재한다. 모바일 게임과 렌탈 업체의 동행이 아직까지는 융합하기 힘든 ‘물과 기름’으로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일부 투자증권 관계자들은 20~40대 남성층 비중이 높은 게임사가 여성주도 성향이 압도적으로 강한 렌탈 업체를 통해 ‘스마트홈’ 비즈니스로 나아가는 것이 가능할지 여부에 ‘불확실성’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스마트홈 사용 주력 가구층 역시 게임 연령층과 다르다는 점도 확실한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우선적으로는 웅진코웨이의 렌탈로 안정적 수익 기반을 확보하는 것 정도가 넷마블이 인수작업으로 얻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성과라는 해석이다. 

넷마블과 웅진그룹은 세부사항을 협의해서 이르면 이번 달 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연내 계약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업통합작업에서 공격적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는 낮은 편이라 코웨이 인력 구조의 안정성은 확보될 것이란 전망이다. 코웨이 임직원들 역시 동일 업종에 발을 들이고 있던 SK네트웍스 이름이 오르내릴 때와 달리 사업 연관성이 없는 넷마블 선정에 안심하는 분위기라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