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미국 뉴욕 쇼핑몰의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1년 중 가장 큰폭의 세일이 진행되는 '블랙프라이데이' 높은 물가와 금리로 인해 소비지출이 둔화할 것이란 예측에서 빗겨갔다. 그러나 온라인쇼핑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오프라인에서 펼쳐졌던 전통적인 풍경은 사라졌다. 소비여력 저하에 '알뜰 쇼핑'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온라인 소비가 매장을 앞지르는 결과만 재확인한 셈이다. 이제 블랙프라이데이는 이커머스기업만의 '쇼핑 잔치'가 될 전망이다. 27일 마케팅데이터 분석업체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은 98억 달러, 약 12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7.5% 증가한 수치다. 블랙프라이데이보다 하루 앞선 추수감사절에는 23일 하루 당일 온라인 매출은 56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5.5% 늘었다. 다른 분석업체 세일즈포스 집계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매출이 작년 대비 9% 증가한 164억 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 소비는 주춤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은 지난해보다 2%대 늘어난 가운데 매장 내 매출은 1.1% 느는데 그쳤다. ◆전세계인이 즐기는 쇼핑 축제 '블랙프라이데이'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네번째주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에 시작되는 세일전으로, 1년중 가장 큰폭으로 할인률을 적용하면서 '최대 쇼핑일'로 꼽혀왔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블랙프라이데이는 기업입장에서는 1년치 물건을 재고떨이를 할 수 있다는 이점에 원가에 가까운 할인을 적용, 매출이 1년중 가장 많은 70%를 차지하곤 했다. 업체들은 그동안 부진했던 매출을 이날 만회해 적자(레드)를 흑자(블랙)로 돌린다고 해서 블랙 프라이데이란 이름이 붙었다. 소비자들 역시 싼값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상점 앞에서 밤을 지새우다 개장과 동시에 달려가서 구매하는 '블랙프라이데이 러쉬(한국어 '오프런')' 행렬이 이뤄지곤 했다. 이후 블랙프라이데이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로 이어졌고, 온라인쇼핑 증가에 따른 해외직구 활성화로 국제적 쇼핑행사가 됐다. 국내에서는 몇년 전까지만해도 추석과 가을 정기세일 사이에 놓인 11월이 비수기로 간주됐다. 그러나 전세계적 쇼핑 행사가 열리면서 직구족을 겨냥한 이커머스업계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펼쳐졌고 2015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코리아세일페스타)를 계기로 국내 유통업체들도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 11월은 '쇼핑 성수기'로 변모했다. ◆오프라인 상점의 쇼핑 행사 블랙프라이데이, 원조 美에서도 달라졌다 전세계인이 즐기는 축제의 원조 '블랙프라이데이' 풍경이 바뀐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과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 가족을 동원해 한가득 물품을 안고 나가거나 특정 물건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던 이 기간은 지난 2021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2021년 블랙프라이데이 첫날 온라인 쇼핑 규모가 2020년(90억 달러)보다 1억 달러 줄어든 89억 달러(약 10조6000억원)을 보이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또 유통 솔루션 제공업체인 센서매틱솔루션은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미국 전역의 오프라인 소매점을 찾은 방문객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는 28.3% 감소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분위기 탓에 '오픈 런'도 없었고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물류대란까지 맞물려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 감소세까지 보인 것이다. 그리고 2년이 흐른 현재, 온라인 쇼핑은 늘었으나 미국내 오프라인의 전통적인 풍경은 기류가 바뀌었다.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메이시스는 지난 24일 블랙프라이데이에 평소보다 4시간 앞서 개장했으나 입장줄은 금방 끊겼고, 마스터카드 지출동향에서도 백화점·가구 부문 매출이 타 품목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물가상승·중산층 실업 증가에도…온라인에선 '쇼핑'한다 물론 미국의 달라진 풍경은 고금리와 물가상승, 실업률 증가 영향이 크다. 실제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는 7050억달러로 전월 대비 0.1% 감소했고, 미시간대가 집계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 대비 5.3% 하락했다. 특히 미국 중상류층은 팬데믹 이후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실업자가 대거 늘어난 상태다. 미국의 감원 통계 분석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는 올 1월부터 10월까지 세계 IT 기업 1106곳에서 총 24만6557명이 해고됐다고 추산했고, 씨티그룹은 최소 10%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주목할 점은 허리 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도 미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다는 점이다. 실제 팬데믹 기간 저금리 탓에 현금을 보유했던 미국 소비자들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저축이 소진된데다 대출 연체율도 높아지면서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러나 소비여력이 둔화됐음에도 필요한 것은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을 통해 산다는 소비패턴을 드러냈다. 더욱이 '사이버먼데이'에서도 미국 이커머스 쇼핑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올해 사이버먼데이 매출에 대해 전년대비 5.4% 늘어난 12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로 예상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오프라인 상점들의 대규모 할인전이라면, 사이버먼데이는 온라인 리테일러들 중심의 할인 행사다. 블랙프라이데이 다음주 월요일에 열린다. 미국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쇼핑에 밀리는 현상은 일찌감치 감지된 바 있다. 앞서 미국 할인점 TJX는 강한 연말 소비를 기대했지만 월마트, 타겟 등은 실적 호조에도 4분기 매출 전망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 일각에서는 미국 유통업체들이 중대기로에 서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전자상거래 발달 등으로 유통 최대 성수기 '블랙프라이데이'가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겐 '레드프라이데이'가 될 것이란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한국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지만, 38조5000억원이었던 2014년 온라인(인터넷+모바일)쇼핑 거래액은 올해 3분기에만 56조9393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1월 대다수 유통사들이 참여한 쇼핑대전에서도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소비자 지갑이 열렸다. 일례로 신세계그룹이 2년여 만에 진행한 쓱데이에서는 온·오프라인 계열사 매출이 고르게 증가한 가운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문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판바뀌는 유통街③] '오픈런' 실종…글로벌 쇼핑잔치 원조 '美 블프' 빛과 그림자

소비여력 저하에도 블랙프라이데이 원조 미국 온라인쇼핑 역대 최대치 기록
리테일 아포칼립스 재확인, 온라인 강세에 블프도 이커머스 '쇼핑 대잔치' 전망

전지현 기자 승인 2023.11.27 19:51 | 최종 수정 2023.11.28 08:45 의견 0
지난 24일 미국 뉴욕 쇼핑몰의 모습.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이 1년 중 가장 큰폭의 세일이 진행되는 '블랙프라이데이' 높은 물가와 금리로 인해 소비지출이 둔화할 것이란 예측에서 빗겨갔다. 그러나 온라인쇼핑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반면, 오프라인에서 펼쳐졌던 전통적인 풍경은 사라졌다. 소비여력 저하에 '알뜰 쇼핑'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온라인 소비가 매장을 앞지르는 결과만 재확인한 셈이다. 이제 블랙프라이데이는 이커머스기업만의 '쇼핑 잔치'가 될 전망이다.

27일 마케팅데이터 분석업체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 매출은 98억 달러, 약 12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7.5% 증가한 수치다. 블랙프라이데이보다 하루 앞선 추수감사절에는 23일 하루 당일 온라인 매출은 56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5.5% 늘었다.

다른 분석업체 세일즈포스 집계에서도 블랙프라이데이 온라인매출이 작년 대비 9% 증가한 164억 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오프라인 매장 소비는 주춤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 매출은 지난해보다 2%대 늘어난 가운데 매장 내 매출은 1.1% 느는데 그쳤다.

◆전세계인이 즐기는 쇼핑 축제 '블랙프라이데이'

'블랙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추수감사절(매년 11월 네번째주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에 시작되는 세일전으로, 1년중 가장 큰폭으로 할인률을 적용하면서 '최대 쇼핑일'로 꼽혀왔다. 연말까지 이어지는 블랙프라이데이는 기업입장에서는 1년치 물건을 재고떨이를 할 수 있다는 이점에 원가에 가까운 할인을 적용, 매출이 1년중 가장 많은 70%를 차지하곤 했다.

업체들은 그동안 부진했던 매출을 이날 만회해 적자(레드)를 흑자(블랙)로 돌린다고 해서 블랙 프라이데이란 이름이 붙었다. 소비자들 역시 싼값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상점 앞에서 밤을 지새우다 개장과 동시에 달려가서 구매하는 '블랙프라이데이 러쉬(한국어 '오프런')' 행렬이 이뤄지곤 했다. 이후 블랙프라이데이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로 이어졌고, 온라인쇼핑 증가에 따른 해외직구 활성화로 국제적 쇼핑행사가 됐다.

국내에서는 몇년 전까지만해도 추석과 가을 정기세일 사이에 놓인 11월이 비수기로 간주됐다. 그러나 전세계적 쇼핑 행사가 열리면서 직구족을 겨냥한 이커머스업계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프로모션이 펼쳐졌고 2015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코리아세일페스타)를 계기로 국내 유통업체들도 대규모 프로모션을 진행, 11월은 '쇼핑 성수기'로 변모했다.

◆오프라인 상점의 쇼핑 행사 블랙프라이데이, 원조 美에서도 달라졌다

전세계인이 즐기는 축제의 원조 '블랙프라이데이' 풍경이 바뀐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다. 과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 가족을 동원해 한가득 물품을 안고 나가거나 특정 물건을 두고 몸싸움을 벌이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던 이 기간은 지난 2021년 사상 처음으로 매출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은 2021년 블랙프라이데이 첫날 온라인 쇼핑 규모가 2020년(90억 달러)보다 1억 달러 줄어든 89억 달러(약 10조6000억원)을 보이는 데 그쳤다고 보도했다. 또 유통 솔루션 제공업체인 센서매틱솔루션은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미국 전역의 오프라인 소매점을 찾은 방문객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는 28.3% 감소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분위기 탓에 '오픈 런'도 없었고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물류대란까지 맞물려 역사상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 감소세까지 보인 것이다. 그리고 2년이 흐른 현재, 온라인 쇼핑은 늘었으나 미국내 오프라인의 전통적인 풍경은 기류가 바뀌었다.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오래된 백화점 메이시스는 지난 24일 블랙프라이데이에 평소보다 4시간 앞서 개장했으나 입장줄은 금방 끊겼고, 마스터카드 지출동향에서도 백화점·가구 부문 매출이 타 품목보다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물가상승·중산층 실업 증가에도…온라인에선 '쇼핑'한다

물론 미국의 달라진 풍경은 고금리와 물가상승, 실업률 증가 영향이 크다. 실제 미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10월 소매판매는 7050억달러로 전월 대비 0.1% 감소했고, 미시간대가 집계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 대비 5.3% 하락했다. 특히 미국 중상류층은 팬데믹 이후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실업자가 대거 늘어난 상태다. 미국의 감원 통계 분석 사이트 레이오프(Layoffs)는 올 1월부터 10월까지 세계 IT 기업 1106곳에서 총 24만6557명이 해고됐다고 추산했고, 씨티그룹은 최소 10%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도 주목할 점은 허리 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도 미국 소비자들은 온라인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다는 점이다. 실제 팬데믹 기간 저금리 탓에 현금을 보유했던 미국 소비자들은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저축이 소진된데다 대출 연체율도 높아지면서 현금 부족에 시달리는 중이다. 그러나 소비여력이 둔화됐음에도 필요한 것은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을 통해 산다는 소비패턴을 드러냈다.

더욱이 '사이버먼데이'에서도 미국 이커머스 쇼핑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올해 사이버먼데이 매출에 대해 전년대비 5.4% 늘어난 12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로 예상했다. 블랙프라이데이가 오프라인 상점들의 대규모 할인전이라면, 사이버먼데이는 온라인 리테일러들 중심의 할인 행사다. 블랙프라이데이 다음주 월요일에 열린다.

미국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쇼핑에 밀리는 현상은 일찌감치 감지된 바 있다. 앞서 미국 할인점 TJX는 강한 연말 소비를 기대했지만 월마트, 타겟 등은 실적 호조에도 4분기 매출 전망에 대한 기대를 낮췄다. 일각에서는 미국 유통업체들이 중대기로에 서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전자상거래 발달 등으로 유통 최대 성수기 '블랙프라이데이'가 미국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에겐 '레드프라이데이'가 될 것이란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한국에서도 미국과 비슷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있지만, 38조5000억원이었던 2014년 온라인(인터넷+모바일)쇼핑 거래액은 올해 3분기에만 56조9393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1월 대다수 유통사들이 참여한 쇼핑대전에서도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소비자 지갑이 열렸다. 일례로 신세계그룹이 2년여 만에 진행한 쓱데이에서는 온·오프라인 계열사 매출이 고르게 증가한 가운데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부문의 매출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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