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이 일부 후보기업의 영구채 주식전환 연기 요구 등으로 인해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선협상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HMM 매각의 우선협상자 선정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당초 매각자인 산업은행은 본입찰 마감 후 1~2주 안에는 우선협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었으나 3주째 접어들고 있다. 본입찰에 참여한 하림이 영구채 주식 전환 연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은 “연내 매각은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 산은 “통상적인 우선협상자 선정기간 1~2주보다 지연” 13일 산업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찰론까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우선협상자 선정이 언제 이뤄진다고 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통상적으로 매각 본입찰 후 우선협상자 선정은 1~2주 내 이뤄지는데 3주째가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HMM 매각을 연내에 마무리 하겠다는 기존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 하림, 영구채 주식전환 3년간 유예 요청…동원 “불공정 절차, 법적 대응” 우선협상자 지연 이유로는 본입찰에 나선 인수 후보 하림이 계약 요건 변경에 나섰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림은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 유예해달라는 것과 인수 후 5년간 주주변동 제한에서 JKL파트너스 제외 등의 조건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구체적으로 하림은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대의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매각 대상 HMM 지분율은 57.9%이다. 원래대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기업의 HMM 지분율은 38.9%로 줄어든다. 하지만 하림의 요구대로 이를 유예할 경우 3년간 약 20%의 지분율만큼 배당을 더 챙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3년간 2850억원을 배당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또 다른 인수 후보인 동원이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고 반발하는 사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본입찰에서 하림이 동원보다 최소 1000억원에서 최대 3000억원의 입찰가를 더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입찰 금액으로는 하림이 동원보다 앞선다. 동원으로선 전환 유예를 사전에 전제했다면 더 높은 가격을 써낼 수 있었다. 동원산업 측은 “하림그룹 컨소시움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HMM 매각 전제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산은이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불공정 절차라고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산은 “영구채 유예 방안 긍정 검토, 사실 무근…유찰 검토도 사실 아냐” 산업은행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영구채 유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 대외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 (사진=연합뉴스)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등 공정성 논란이 나오면서 산업은행이 새 후보를 찾을 것이라는 유찰론도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은 강하게 부인했다. 산업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법적조치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하림, 주주변동 제한 JKL파트너스 제외 요청…사모펀드 먹튀 논란 하림은 또 다른 요구 조건을 산업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 주주 변동 제한 조건에서 하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JKL파트너스를 제외해달라는 요구다. 이 또한 논란이 되는 이유는 당초 산업은행은 HMM 인수 후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내용을 계약서 초안에 담았다. 투기 자본에 국적선사가 잠식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하림은 애초부터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인수 완료 후 JKL파트너스의 자금 회수를 위해 이 계약서 내용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HMM의 현금성 자산 10조원이 사모펀드의 이익 실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림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고 2년 후인 2017년 팬오션 지분 2720만주를 블록딜로 처분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사 사례에 대한 우려로 HMM 노조는 지난 7일부터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이 결정될 경우 대규모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HMM 노조는 “하림이 제시한 사모펀드 주주관련 변경사항 제한 문제는 하림의 구조적인 모순을 여실히 드러낸 조건”이라며 “이사선임 제한 등 사모펀드가 개입된 투기자본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노조는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하림 김홍국 회장, 윤석열 대통령 순방길 동행도 지적 이러한 상황에서 김홍국 하림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유리한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다만 하림 측은 농업 분야 협력 증진을 위한 행보라는 입장이다. 하림 측은 한국무역협회의 비즈니스포럼에 초청받아 관련 분야 최고경영자가 참석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HMM 매각, 공정성 논란에 안갯속…산은 “연내 매각 변함 없어”

하림, 영구채 주식전환 유예 요구 ‘논란’…산은 “전환유예 긍정 검토, 사실 아냐”

손기호 기자 승인 2023.12.13 14:03 | 최종 수정 2023.12.19 10:53 의견 0
HMM 매각이 일부 후보기업의 영구채 주식전환 연기 요구 등으로 인해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우선협상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사진은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HMM 매각의 우선협상자 선정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당초 매각자인 산업은행은 본입찰 마감 후 1~2주 안에는 우선협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었으나 3주째 접어들고 있다.

본입찰에 참여한 하림이 영구채 주식 전환 연기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산업은행은 “연내 매각은 변함 없다”고 강조했다.

■ 산은 “통상적인 우선협상자 선정기간 1~2주보다 지연”

13일 산업은행과 업계에 따르면 HMM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자 선정이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찰론까지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우선협상자 선정이 언제 이뤄진다고 정하지는 않았다”면서도 “통상적으로 매각 본입찰 후 우선협상자 선정은 1~2주 내 이뤄지는데 3주째가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HMM 매각을 연내에 마무리 하겠다는 기존 기조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 하림, 영구채 주식전환 3년간 유예 요청…동원 “불공정 절차, 법적 대응”

우선협상자 지연 이유로는 본입찰에 나선 인수 후보 하림이 계약 요건 변경에 나섰기 때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림은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 유예해달라는 것과 인수 후 5년간 주주변동 제한에서 JKL파트너스 제외 등의 조건을 수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업계는 전했다.

구체적으로 하림은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기간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대의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매각 대상 HMM 지분율은 57.9%이다. 원래대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인수기업의 HMM 지분율은 38.9%로 줄어든다.

하지만 하림의 요구대로 이를 유예할 경우 3년간 약 20%의 지분율만큼 배당을 더 챙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3년간 2850억원을 배당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또 다른 인수 후보인 동원이 법적 대응까지 불사하겠다고 반발하는 사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본입찰에서 하림이 동원보다 최소 1000억원에서 최대 3000억원의 입찰가를 더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입찰 금액으로는 하림이 동원보다 앞선다. 동원으로선 전환 유예를 사전에 전제했다면 더 높은 가격을 써낼 수 있었다.

동원산업 측은 “하림그룹 컨소시움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HMM 매각 전제가 달라지는 것”이라며 “산은이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불공정 절차라고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산은 “영구채 유예 방안 긍정 검토, 사실 무근…유찰 검토도 사실 아냐”

산업은행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영구채 유예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 대외적으로 언급한 적도 없고,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DB산업은행 (사진=연합뉴스)


영구채 주식 전환 유예 등 공정성 논란이 나오면서 산업은행이 새 후보를 찾을 것이라는 유찰론도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은 강하게 부인했다.

산업은행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번 거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법적조치 등 강력히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하림, 주주변동 제한 JKL파트너스 제외 요청…사모펀드 먹튀 논란

하림은 또 다른 요구 조건을 산업은행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간 주주 변동 제한 조건에서 하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JKL파트너스를 제외해달라는 요구다.

이 또한 논란이 되는 이유는 당초 산업은행은 HMM 인수 후 지분 매각을 제한하는 내용을 계약서 초안에 담았다. 투기 자본에 국적선사가 잠식당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하림은 애초부터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꾸렸다. 인수 완료 후 JKL파트너스의 자금 회수를 위해 이 계약서 내용의 변경을 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HMM의 현금성 자산 10조원이 사모펀드의 이익 실현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림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JKL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팬오션을 인수하고 2년 후인 2017년 팬오션 지분 2720만주를 블록딜로 처분하기도 했다.

이러한 유사 사례에 대한 우려로 HMM 노조는 지난 7일부터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이 결정될 경우 대규모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HMM 노조는 “하림이 제시한 사모펀드 주주관련 변경사항 제한 문제는 하림의 구조적인 모순을 여실히 드러낸 조건”이라며 “이사선임 제한 등 사모펀드가 개입된 투기자본의 속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노조는 이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 하림 김홍국 회장, 윤석열 대통령 순방길 동행도 지적

이러한 상황에서 김홍국 하림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HMM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두고 대통령 순방에 동행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유리한 방향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서다.

다만 하림 측은 농업 분야 협력 증진을 위한 행보라는 입장이다. 하림 측은 한국무역협회의 비즈니스포럼에 초청받아 관련 분야 최고경영자가 참석하는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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