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 서울 성수동 레미콘 부지에 들어설 79층 빌딩 조감도 (사진=삼표그룹)
삼표그룹이 서울 성수동 레미콘 공장 부지에 들어설 79층 랜드마크 건립을 위해 '롯데월드타워'의 성공 주역을 불렀다. 국내 최고층 빌딩 건설을 진두지휘했던 현장 사령관을 전격 영입하며 45년간 기피시설로 불리던 레미콘 공장 부지를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자산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이다.
23일 삼표그룹에 따르면 회사는 성수동 옛 공장 부지에 최고 79층 규모의 업무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성수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삼표가 단순한 건설기초소재 기업에서 종합 디벨로퍼로 도약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초고층은 해본 사람이 안다"…드림팀 구축
삼표의 핵심 승부수는 과감한 인재 영입. 삼표는 최근 롯데건설 출신의 석희철 사장을 성수 프로젝트 건설본부장으로 선임했다. 석 사장은 국내 최고층 빌딩인 롯데월드타워(123층)의 건설을 총괄했던 인물이다. 업계에선 '초고층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는 서울의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바꿀 79층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삼표의 목표가 단순 구상이 아님을 말해준다. 초고층 빌딩은 일반 건축물과는 차원이 다른 공학적 기술과 시공 관리 능력이 필수적이다. 삼표는 석 사장을 통해 검증된 초고층 건설 노하우를 성수 프로젝트에 이식하고 고난도 시공 역량을 단숨에 확보하겠다는 포석이 깔려있는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부동산 개발 경험이 풍부한 로드리고 빌바오 사장이 프로젝트 전체를 총괄한다. 지난 2월 영입된 빌바오 사장은 삼표의 기초소재 기술력에 글로벌 개발 트렌드를 접목해 성수를 세계적인 업무·문화 복합단지로 기획하고 있다.
■ '천덕꾸러기' 공장서 서울의 '얼굴'로 대변신 노려
이번 프로젝트로 성수 부지는 극적인 반전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77년부터 가동된 레미콘 공장은 소음과 분진으로 지역사회의 끊임없는 이전 요구를 받아온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눈총을 받아왔다.
하지만 삼표는 이 논란의 땅을 포기하는 대신 직접 79층 마천루를 올리고 운영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서울시의 건축혁신형 사전협상 대상지 선정 등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확보한 이곳은 향후 유니콘 창업 허브와 서울숲이 어우러진 글로벌 업무지구로 재탄생한다. 제조업의 한계를 벗어나 공간을 기획하고 임대 수익을 창출하는 디벨로퍼로 업의 본질을 확장하는 것이다.
■ 성수와 수색 양날개로…자사 블루시멘트 기술력도 총동원
삼표의 변신은 '서울 DMC 수색 프로젝트'로도 이어진다. 은평구 증산동 일대에 2027년 준공 예정인 이 사업은 지하 5층~지상 36층 규모로 현대건설이 시공을 맡았다.
이곳에는 삼표그룹의 신사옥 'SP타워'와 299세대의 민간임대 아파트가 들어서며 그룹의 핵심 기능이 집결된 통합 사옥 역할을 하게 된다.
삼표그룹의 신사옥 'SP타워' 조감도 (사진=삼표그룹)
특히 삼표는 이 랜드마크들에 자체 개발한 저탄소 특수 시멘트 '블루멘트(BLUEMENT)'와 고성능 콘크리트 VAP를 적극 적용할 예정이다.
외부 현장에 자재를 납품하던 을(乙)의 위치에서 '내 건물'에 최고의 기술을 적용해 가치를 높이는 주체로 올라선 셈이다. 이는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도 판로를 확보하고 디벨로퍼 경쟁력을 동시에 입증하는 실리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표의 이번 행보는 건설 경기 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전략적 승부수"라고 평가하며 "전통적인 기초소재 사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개발부터 운영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지속 가능한 100년 먹거리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성수 프로젝트를 이끄는 로드리고 빌바오 사장은 "성수 프로젝트는 서울 도심의 미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부동산 개발 시장 진출을 통해 그룹의 산업 확장을 이끌 중대한 이정표"라며 "도시와 시민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미래형 랜드마크 조성을 위해 책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