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아이돌 그룹 '이세계아이돌'의 크라우드 펀딩은 목표 4만4000%를 초과 달성, 총 88억원을 모금했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통신3사를 비롯한 넷마블·컴투스 등의 게임사들이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축소·철회하는 가운데, '버튜버'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가상 공간 개념을 활용해 실시간 소통을 내세운 인터넷 방송인들이 인기를 끄는 모습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운영을 내년 3월 종료한다. 지난 2021년 7월 서비스를 선보인지 약 4년만이다.

KT 역시 지난 4월과 8월에 각각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라운지'와 '지니버스'의 서비스를 종료했다. 현재 통신사 중에서는 LG유플러스만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

게임사도 마찬가지다. 넷마블에프엔씨는 지난 1월 자회사 메타버스월드 법인을 해산했다. 컴투스 역시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를 지난해 9월 선보였으나 약 2달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메타버스의 부진은 낮은 수익성에 있다. 코로나19 시기 비대면 문화로 각광받았으나 엔데믹과 함께 이용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산업계의 화두가 AI로 옮겨가면서 성장 원동력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메타버스는 '버추얼 유튜버'라는 새로운 트렌드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버스의 핵심 중 하나인 가상 공간에 착안해, 가상의 캐릭터나 아바타 등을 활용한 인터넷 방송인이 등장한 것이다.

국내에서 '버튜버'는 네이버의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 SOOP(구 아프리카 TV), 유튜브 등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카메라나 모션 캡처 장비 등 특수한 장비를 활용해 2D나 3D로 표현된 캐릭터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원활한 방송이 가능해지면서, MZ 세대들을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버튜버'의 인기는 아이돌 팬덤과 비슷한 양상을 띈다. 최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진행한 버추얼 아이돌 그룹 '이세계아이돌'의 웹툰 단행본·굿즈 크라운드 펀딩에는 당초 목표 금액 2000만원을 4만4000% 초과 달성한 88억원이 모였다.

이처럼 '버튜버'에 대한 관심이 실제 소비로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확대, 사업을 전개하는 모양새다. 네이버 치지직은 최근 '버튜버' 활동을 지원하는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또 치지직과 연동해 방송을 송출할 수 있는 앱 '프리즘 라이브 스튜디오'에도 3D 버추얼 아바타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아울러 치지직은 '버추얼 스트리머 3D 데뷔 쇼케이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 10월부터 스트리머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열어 본격적인 콘텐츠 제작 지원에 나섰다. 향후 누구나 3D 아바타를 이용해 방송을 할 수 있게 하면서 버추얼 생태계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SOOP 역시 '버튜버' 시장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SOOP은 한발 앞서 지난 5월부터 '버튜버'를 위한 모션 캡처 스튜디오 대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스튜디오 내 실시간 방송을 돕는 인력을 상주시켰다. 또 '버튜버'들이 콘서트를 열 수 있는 맵 제작 지원, 버추얼 퀴즈쇼 제작 등 콘텐츠 제작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SOOP은 내년 중 버추얼 팬덤 커뮤니티 '팬덤 월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트리머와 시청자 모두를 아우르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단순한 콘텐츠 제작 지원을 넘어 지속가능한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버추얼 유튜버 시장 규모는 2021년 16억3900만달러(약 2조3472억 원)에서 연평균 35.6% 성장해 오는 2028년 174억 달러(약 24조9185억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