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환 개입 조치에 달러/원 환율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시장은 아직 추세 전환을 확신하지 않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환율 레벨 자체보다 외환 변동성이 증시 영향을 결정한다고 분석하며 기존 수출 중심 대형주 전략을 고수할 수 있다고 봤다.

29일 신한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4일 정부와 한국은행은 원화 약세 제동을 위한 3가지 조치를 내놨다. ▲과도한 원화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고강도 구두 개입 ▲금융기관 준비금 인센티브·의무 완화 등 달러 공급 확대 ▲해외주식 매도 후 국내주식 재투자 세제 인센티브 등 자본유출 속도 조절 등이다. 정책 발표 이후 달러/원 환율은 발표 이전 대비 38.1원 내린 1441.9원으로 회귀했다.

노동길 애널리스트는 이번 조치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달러 수급 여건을 개선할 수 있겠으나, 정책만으로 해결하긴 어렵다고 봤다. 그는 "환율 하락세가 길어지려면 글로벌 달러 사이클이 완연히 꺾여야 하고 달러수요(해외투자)도 구조적으로 약화돼야 한다"며 "금리, 성장, 수급이 맞물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환율 추세 전환에 대한 확신을 하긴 무리라고 봤다. 노 애널리스트는 "현물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옵션 프리미엄은 반대로 확대됐다"며 "환율 내재변동성은 1개월, 3개월 기준 각각 8.81%(+2.27%p), 8.28%(+1.04%p)로 절대적인 변동성 자체가 높다"고 했다.

노 애널리스트는 "외환시장 환경을 베이스(Base)와 리스크(Risk)로 구분해 살펴보면 주식시장 차별화는 환율 레벨 자체보다 외국인 수급과 이익 추정치의 동조 여부에서 발생했다"며 내재변동성에 따라 2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베이스 국면은 고환율이지만 변동성과 달러 조달 스트레스가 하락해 불확실성이 진정된 상황이다. 외국인 수급 유입 → 이익 추정치 상향 → 주가 아웃퍼폼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노 애널리스트는 "이 구간에서 외국인 수급 히트맵을 보면 산업재, IT, 금융을 중심으로 평균 대비 유의미한 순매수가 나타난다"며 "특히 산업재는 외환시장 안정 국면에서 외국인 자금이 가장 적극적으로 유입된 섹터"라고 설명했다. 주당순이익(EPS) 리비전(수정) 히트맵에서는 산업재와 IT를 중심으로 이익 추정치가 상향조정됐다고 했다.

반면, 리스크 국면은 환율 레벨과 무관하게 변동성 또는 조달 스트레스가 확대된 상황이다. 노 애널리스트는 "이 구간 외국인 수급 히트맵에서는 대부분의 섹터가 구조적인 순매도 국면에 진입한다"며 "특히 베이스에서 가장 강했던 산업재는 리스크에서 가장 강한 순매도로 전환됐다는 사실이 특징적"이라고 짚었다.

EPS 리비전 역시 동일한 방향성을 보인다. 산업재, IT, 커뮤니케이션 등 경기·수출 민감 섹터를 중심으로 이익 추정치가 하향 조정됐다. 노 애널리스트는 "실적의 급격한 악화라기보다 외환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가정의 보수화가 반영된 결과"라며 "헬스케어, 필수소비재가 방어 섹터로 완충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노 애널리스트는 섹터 성과가 환율의 방향성보다 외환시장 환경의 안정성에 민감하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그는 "베이스에선 산업재·IT 중심의 공격적 섹터 전략이 유효했으나, 리스크로 전환될 경우 해당 섹터의 비중을 축소하고 방어적 접근이 필요했다"며 "향후 전략은 환율 레벨 자체보다 변동성, 조달 스트레스 및 이에 반응하는 외국인 수급과 EPS 리비전의 방향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산업재는 고환율 수혜보다 외환시장이 안정될 때 수급과 이익이 동시에 개선되는 '외환시장 안정 베타' 섹터로, IT는 국면 간 변동성이 작아 글로벌 사이클 중심의 해석이 유효하다"며 "실적 변화의 중심이 여전히 대형 수출주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선 주도주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