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들어 바이오 산업에서 인공지능(AI)은 '유망 기술'이 아니라 신약개발의 필수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규제 환경이 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하고, AI가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는 수익성(ROI) 근거가 쌓이며, 빅파마의 특허 만료 압력이 투자 트리거로 작동하면서 산업 구조가 바뀌는 흐름이다.


핵심 변화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규제 패러다임의 이동이다. FDA는 동물실험을 '무조건 거쳐야 하는 절차'로 고정하기보다 오가노이드·세포실험·컴퓨터 시뮬레이션 등 대체시험법을 폭넓게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임상 설계에서도 '최대 용량'이 아니라 '최적 용량'을 찾는 흐름이 강화되면서, 복합 데이터를 해석해 환자군 반응과 용량을 예측하는 AI 역량이 경쟁력의 중심으로 부상한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AI 도입의 명분이 '기대'에서 '증명'으로 옮겨가고 있다. 신약개발 ROI를 좌우하는 축은 임상 성공확률과 개발 기간이다. 보고서는 개발 기간을 25~50% 단축하면 허가 1건당 자본화 개발비가 16~29% 줄 수 있고, 성공확률이 개선되면 실패 프로젝트 누적 비용이 크게 감소한다고 짚는다. 특히 AI로 발굴된 후보물질의 임상 1상 성공률이 기존 산업 평균을 웃돈다는 보고가 이어지면서, 초기 단계 탈락을 줄이는 '사전 최적화' 효과가 시장의 신뢰를 얻는 국면이다.


빅파마의 자본 투입은 이 전환을 더 빠르게 만든다. 2025~2030년 사이 대규모 특허 만료로 매출 공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빅파마는 AI를 '기술 실험'이 아니라 '파이프라인 선점' 전략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특허 만료 압력이 AI 투자를 확대할 핵심 동인으로 작동한다고 분석한다.

국내 관련 기업도 '데이터와 실증'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단백질 상호작용(PPI) 관측·분석 기반 플랫폼을 내세운 프로티나(468530)와, 대규모 임상 유전체 데이터와 멀티오믹스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 확장을 추진하는 지니너스(389030)를 사례로 제시한다. 결국 시장이 요구하는 답은 명확하다. AI가 임상 실패 확률을 낮추고 개발 기간을 줄여 실제 ROI를 바꾸는지, 그리고 그 근거를 규제 친화적 데이터로 제시할 수 있는지다.

현재 바이오 AI는 '도입 여부'의 단계에서 '어떤 데이터와 검증 체계로 이길 것인가'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규제 변화, 수익성 증명, 특허 절벽이라는 세 축이 만든 전환점은 분명하다. 남은 과제는 속도가 아니라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