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이란 그의 어린아이 때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맹자 '이루장구하(離婁章句下)'편에 나오는 글이다.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3의 나흘 간 대장정에서는 개발자들의 '동심' 내지는 '초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8년 만에 지스타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엔씨소프트) 지스타 2023은 '한계를 뛰어넘는 확장(Expand Your Horizons)'을 공식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만큼 다양성이 돋보였다. 지스타 2023 전야제인 대한민국 게임대상 행사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그동안 모바일 플랫폼 MMORPG의 수상이 대세였던 것과 달리 'K-콘솔'에 새지평을 열었다는 네오위즈 'P의 거짓'이 대상을 수상했다. 다양성의 기반은 개발자들의 초심에 있었다. 'P의 거짓'으로 대상을 수상한 최지원 네오위즈 라운드8스튜디오 디렉터는 개발자가 된 계기에 대해 "어렸을 적부터 콘솔게임 '덕후'였다"면서 "나도 꼭 이런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게이머가 돼야 한다"면서 "그 재미를 통해서 본인에게 정말 감동이 되는가 묻고 이 감동을 본인도 개발자가 돼서 선사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 개발자이기 이전에 게이머로 먼저 돌아가달라는 당부였다. 어렸을 때 즐겼던 게임에 대한 감동을 여전히 잊지 않고 게이머들에게 자신이 그 감동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의 금강선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의 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금 CCO는 지스타 콘퍼런스(G-CON) 기조연설에서 "우리에게 '소통의 기술'을 묻는 업계인들이 적지 않은데 소통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진심"이라며 "내가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왜 불만을 갖는지 아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와 함께하면 밤새도록 수다를 떨어도 전혀 힘들지 않다"면서 "이용자들과의 소통 또한 이와 같이 진심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데브시스터즈 신작 '쿠키런: 모험의 탑' 개발을 총괄하는 배형욱 오븐게임즈 대표도 어린 시절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배 대표는 '쿠키런: 모험의 탑'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오락실에서 부담없이 함께 즐기던 게임들을 거론하며 이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뜻을 밝혔다. 8년 만에 지스타 현장을 찾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도 '리니지'의 숱한 영광 다음을 준비하며 도전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김 대표는 "MMORPG가 아닌 새롭게 도전하는 장르를 가지고 플레이어들을 만나러 왔다"며 "게임이 발전 중인데 여기서 엔씨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를 찾아보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BTB 부스로 참가한 펄어비스도 여전히 개발 열정을 잊지 않고 '붉은사막'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음이 전해졌다.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은 'C9'과 '검은사막'을 개발한 이후로도 여전히 '붉은사막' 개발을 총괄하면서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를 낼 때까지 집중한다는 후문이다. 현장에서 시연한 '붉은사막' 영상의 퀄리티를 놓고 봤을 때는 당장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보였으나 개발자들에게는 여전히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거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불만이 없던 것은 아니다. K-MMORPG라 불리는 자동사냥 위주의 모바일 MMORPG가 지나치게 많았던 탓이다. 확실하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게임 위주로 개발하면서 다양성이 실종된 모습에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사람은 닭이나 개가 달아나면 잡을 줄을 안다. 그러나 마음이 달아나면 잡을 줄을 모른다…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 풀어 내놓아 버린 마음을 찾을 따름이다. 맹자의 '고자' 편에 나오는 글이다. 재미를 찾는 게이머들의 마음과는 다소 동떨어진, 재미없을 수 있는 맹자의 이야기로 시작해 맹자의 이야기로 끝내게 돼 미안하다. 지난 몇 년 간 국내 게이머들은 국내 게임업계에 많은 질타를 보내기도 하고 실망감을 느끼고 떠난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스타를 통해 희망을 봤다. 개발자를 비롯한 많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정말로 즐겁게 게임을 했던 그때 그 마음을 여전히 잊지 않았거나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날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정지수의 랜드마크] 김택진·금강선·최지원, 지스타에서 만난 초심

정지수 기자 승인 2023.11.20 11:06 | 최종 수정 2023.11.20 11:07 의견 0

대인이란 그의 어린아이 때의 마음을 잃지 않은 사람이다.

맹자 '이루장구하(離婁章句下)'편에 나오는 글이다. 국내 최대 게임쇼 지스타 2023의 나흘 간 대장정에서는 개발자들의 '동심' 내지는 '초심'을 느낄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8년 만에 지스타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엔씨소프트)

지스타 2023은 '한계를 뛰어넘는 확장(Expand Your Horizons)'을 공식 슬로건으로 내걸었던 만큼 다양성이 돋보였다. 지스타 2023 전야제인 대한민국 게임대상 행사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났다. 그동안 모바일 플랫폼 MMORPG의 수상이 대세였던 것과 달리 'K-콘솔'에 새지평을 열었다는 네오위즈 'P의 거짓'이 대상을 수상했다.

다양성의 기반은 개발자들의 초심에 있었다. 'P의 거짓'으로 대상을 수상한 최지원 네오위즈 라운드8스튜디오 디렉터는 개발자가 된 계기에 대해 "어렸을 적부터 콘솔게임 '덕후'였다"면서 "나도 꼭 이런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게이머가 돼야 한다"면서 "그 재미를 통해서 본인에게 정말 감동이 되는가 묻고 이 감동을 본인도 개발자가 돼서 선사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라"고 후배들에게 조언했다.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게임 개발자이기 이전에 게이머로 먼저 돌아가달라는 당부였다. 어렸을 때 즐겼던 게임에 대한 감동을 여전히 잊지 않고 게이머들에게 자신이 그 감동을 선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기도 하다.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의 금강선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의 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다.

금 CCO는 지스타 콘퍼런스(G-CON) 기조연설에서 "우리에게 '소통의 기술'을 묻는 업계인들이 적지 않은데 소통에 있어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닌 진심"이라며 "내가 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들이 왜 불만을 갖는지 아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취미를 공유하는 친구와 함께하면 밤새도록 수다를 떨어도 전혀 힘들지 않다"면서 "이용자들과의 소통 또한 이와 같이 진심을 공유하는 것에서 출발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데브시스터즈 신작 '쿠키런: 모험의 탑' 개발을 총괄하는 배형욱 오븐게임즈 대표도 어린 시절의 마음을 잊지 않았다. 배 대표는 '쿠키런: 모험의 탑' 미디어 간담회를 통해 오락실에서 부담없이 함께 즐기던 게임들을 거론하며 이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는 뜻을 밝혔다.

8년 만에 지스타 현장을 찾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도 '리니지'의 숱한 영광 다음을 준비하며 도전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김 대표는 "MMORPG가 아닌 새롭게 도전하는 장르를 가지고 플레이어들을 만나러 왔다"며 "게임이 발전 중인데 여기서 엔씨가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를 찾아보려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BTB 부스로 참가한 펄어비스도 여전히 개발 열정을 잊지 않고 '붉은사막'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음이 전해졌다.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은 'C9'과 '검은사막'을 개발한 이후로도 여전히 '붉은사막' 개발을 총괄하면서 만족할 수 있는 퀄리티를 낼 때까지 집중한다는 후문이다. 현장에서 시연한 '붉은사막' 영상의 퀄리티를 놓고 봤을 때는 당장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보였으나 개발자들에게는 여전히 부족함이 느껴진다는 거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에 대한 불만이 없던 것은 아니다. K-MMORPG라 불리는 자동사냥 위주의 모바일 MMORPG가 지나치게 많았던 탓이다. 확실하게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게임 위주로 개발하면서 다양성이 실종된 모습에 다소 실망하기도 했다.

사람은 닭이나 개가 달아나면 잡을 줄을 안다. 그러나 마음이 달아나면 잡을 줄을 모른다…학문의 길은 다른 것이 아니다. 그 풀어 내놓아 버린 마음을 찾을 따름이다.

맹자의 '고자' 편에 나오는 글이다. 재미를 찾는 게이머들의 마음과는 다소 동떨어진, 재미없을 수 있는 맹자의 이야기로 시작해 맹자의 이야기로 끝내게 돼 미안하다.

지난 몇 년 간 국내 게이머들은 국내 게임업계에 많은 질타를 보내기도 하고 실망감을 느끼고 떠난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지스타를 통해 희망을 봤다. 개발자를 비롯한 많은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정말로 즐겁게 게임을 했던 그때 그 마음을 여전히 잊지 않았거나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날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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