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롯데건설)
건설경기 침체 속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로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던 롯데건설이 최근 수주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등의 불이었던 재무건전성 회복이라는 현안 해결을 마치고 미래 먹거리 확보 설계가 가능해졌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롯데건설의 최근 활발한 수주 활동은 2년 가까이 롯데건설의 PF위기 소방수로 활약한 박현철 부회장의 공로가 무엇보다 크다. 올해 12월에 임기를 마치는 박 부회장은 지난 2022년 12월에 하석주 전 대표이사가 낙마하면서 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 롯데건설은 하 대표의 무리한 사업 확장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 될 정도로 좌초 위기에 빠졌다.
박 부회장은 1985년 롯데건설에 입사한 뒤 롯데정책본부운영팀장과 롯데물산 대표 등을 지낸 그룹의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통한다. 박 부회장에게 부여됐던 임무는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 탈출이었다.
하 전 대표는 6년 간 롯데건설을 이끌면서 2022년에는 창사 이래 최대 정비사업 수주 실적 4조3638억원을 기록하는 등 롯데건설의 주택사업 최전성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해에 '레고랜드 사태'로 불리는 강원중도개발공사의 회생 신청 등으로 PF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되자 롯데건설의 유동성 위기설이 대두됐다. 결국 롯데건설로까지 불똥이 튀자 하 전 대표는 물러났고 박 부회장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등판한 것이다.
박 부회장이 가장 먼저 진행한 작업은 외부 자금 수혈이었다.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롯데홈쇼핑 등 그룹계열사로부터 1조원 가량을 긴급 차입했으나 유동성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외부에서의 자금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다. PF시장의 위축으로 쉽지 않았으나 박 부회장은 부임 직후인 지난해 초에 메리츠금융그룹과 1조5000억원 규모의 유동화증권 장기매입 펀드를 조성하며 급한 불을 껐다.
박 부회장은 올해 초까지도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좼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과 증권사, 한국산업은행 등이 참여한 PF 유동화증권 매입펀드를 2조3000억원 규모로 조성하면서 재무 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기존에 메리츠증권과 조성한 펀드와 비교했을 때 금액은 8000억원 가량 늘었으며 조달금리는 12% 수준에서 선순위 기준 8.5%까지 낮아졌다. 만기도 14개월에서 3년까지 늘렸다.
최근에는 회사채 시장에서도 연이어 존재감을 드러내면서 자금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무보증 회사채 1500억원 모집 수요예측에 770억원 주문을 받는 데 그쳤으나 추가청약을 진행해 3일 만에 완판했다. 이어 오는 18일에도 다시 총 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롯데건설의 2024년 6월 말 기준 PF우발채무 금액은 4조8945억원으로 자본완충력 대비 과중한 수준"이라면서도 "시중은행 등과의 펀드 조성을 통해 만기가 장기화된 점과 보유 현금성자산 규모를 고려하면 유동성 위기에 대한 대응력은 강화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롯데건설 박현철 부회장을 비롯한 전 임원이 경영진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진행한 안전 마인드셋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롯데건설)
■ 안정화된 재무구조와 분양 훈풍 다시 먹거리 확보 '심혈'
롯데건설의 올해 상반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말 이 회사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8.5%로 지난해 말(238.4%) 대비 29.9%포인트(p) 낮아졌다. PF위기에서 한숨 돌린 이후 두드러진 재무건전성 회복이다.
외형성장과 더불어 수익성도 지켰다. 올해 상반기 누적 매출은 4조9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671억원) 대비 30.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112억원으로 0.5% 소폭 늘었다.
롯데건설은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수주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액이 5173억원에 그치면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신규 정비사업 수주가 1조원 이하에 머물렀다. 그러나 올해는 이달 초를 기준으로 1조6436억원의 정비사업 신규 수주고를 쌓으면서 1년 만에 다시 정비사업 수주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박현철 롯데건설 부회장은 연임하게 된다면 재무구조 안정화라는 최우선 목표에서 성과를 거둔 만큼 기존 주요 먹거리였던 주택사업 확대와 더불어 신규 사업 발굴에 더욱 치중할 전망이다.
박 부회장은 그동안 꾸준히 롯데건설의 새로운 사업 확대를 강조했다.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최우선 현안이 있던 2023년도에도 신년사를 통해 '미래 성장 역량 확보'와 '내실 경영'이라는 '투-트랙'을 강조했다.
당시 박 부회장은 "사업구조 개편으로 운영사업 등 고정수익 창출과 우량자산 확보에 집중해야 하고, 건설업의 설계·조달·시공 단계에 있는 기술 연계사업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해 업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 상품 개발에 지속 매진해야 한다"면서 "바이오, 수소, 모빌리티, UAM 등 그룹 신성장 사업과 연계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가며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R&D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도 같은 전략을 견지했다. 그는 "올해는 경영 효율화를 바탕으로 한 내실경영과 함께 포트폴리오 구조 개선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면서 "새로운 미래사업 육성을 위해 미래사업준비팀을 신설했으며 그룹과 연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미래 우량자산 확보와 함께 건설업 AI 신기술 발굴 등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