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 서울의 분양시장에 ‘공급 절벽’이 현실화됐다. 일반분양 30가구 이상 기준, 1분기 전체 분양 사업장이 단 한 곳에 불과하며, 5월도 뚜렷한 공급 계획이 없는 상태다.

2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분양이 이뤄진 곳은 지난 2월 초 청약을 받은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 한 곳뿐이다. 이 단지는 총 197가구 중 482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으로 나왔지만, 이를 제외하면 올해 분양시장 전체가 ‘개점휴업’ 상태다.

서울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


더 큰 문제는 향후 일정도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당초 4월 중 분양이 예정됐던 구로구 ‘고척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성북구 동선2구역 재개발, 강남구 역삼동 ‘자이더 캐럿 141’ 등 3개 단지는 모두 일정이 5월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부동산R114는 이번 분양 공백이 최근 5년간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라고 분석했다. 업계는 이러한 공급 공백이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위축의 가장 큰 배경에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같은 규제로 인해 재건축 사업 추진이 지연되고, 정국 혼란과 분양시장 침체라는 외부 변수까지 더해졌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대선·총선 등 정치적인 사안이 맞물릴 경우 건설사와 조합은 분양 시점을 미루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분양시장 침체에 따른 미분양 우려도 공급 지연의 한 축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 섣불리 공급에 나서기보다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전략이다.

일부에선 5월 예정된 공급조차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은평구 대조동 ‘힐스테이트 메디알레’가 5월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실제 일정은 유동적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정치 일정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 일정이 유연하게 조정될 수 있다”며 “당분간은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시장은 움츠러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공급 공백, 정책 불확실성, 시장 침체라는 삼중고가 겹치면서 서울 분양시장의 회복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과 금리 흐름, 주택수요 회복 여부가 향후 분양시장 정상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월 4주 분양 물량 추이. (표=부동산R114)